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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수 Oct 15. 2021

포커

친구가 프로 포커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좀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동시에 그답기도 했다. 그는 밴드를 열심히 하다가 전자과 석사를 하고 고양이 카페를 차렸다. 언제나 뜬금없게 느껴지던 그의 선택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새 납득이 되고는 했다.


고등학교 앞에는 지하에 있는 보드 게임방이 있었다. 그때 보드 게임방이 꽤 유행이었으나 지하에 있어서인지 그렇게 영업이 잘 되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내기 홀덤을 하러 갈 때마다 언제나 테이블이 하나는 비어있었다. 잘 되길 바라면서도 언제나 자리가 비어있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보드 게임방에 자주 갔다.


칩은 마감이 좋고 차갑고 깔끔해 만질 때 기분이 좋았다. 카드 역시 마감이 좋았다. 그 때문에 게임이 재미있었다. 나는 가장 뛰어는 플레이어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매번 지지는 않았고 종종 게임에서 이기기도 했다. 우리는 만원 이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내기를 했다. 내기로 버는 금액이 크진 않아서 내기에서 이긴 사람은 보통 밥을 사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 여하튼 이겨서 기분이 좋은 그날의 승리자에게는 돈이 조금 나가는 것은 대수롭지 않았다.


오로지 승리를 위해서 했기 때문에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운에만 맡기는 종류의 게임보다는 서로 속이고 속이는 게임을 더 좋아했다. 승부심에 불타는 고딩들은 지면 운을 탓하면서, 다음 판에는 이기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다가도 정말 실력으로 졌다고 느낄 때는 분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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