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들이 후천적으로 강제 실천 중인 '우아한 관찰 주의자'
사회생활 만렙의 조건, 우아한 관찰
"나 오늘 달라진 것 없어?"
모든 남자들은 여자 친구 혹은 아내에게 이 말을 들으면 교감신경에 스위치가 들어와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은 '탁'하고 막힌다. 눈은 바빠지고 분명 둘 사이는 찬바람인데 땀이 새어 나온다. 사실 이 말을 듣기 전에 우리는 눈치채야 했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변화에 민감해서? 아니다. 이유는 고맙게도 아내가 내게 먼저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장원에 가기 전에 문자로 연락을 하거나 머리 스타일을 고민 중이라며 골라보라는 숙제를 준다. 그러면 귀가해서 인사를 할 때 준비된 멘트와 제스처로 인사를 나눈다. "우와(조금 높인 목소리톤으로 박수를 친다) 보내준 잡지 모델보다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린다" ~ '휴~ 살았다.'
우리 아내의 인사는 상대방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머리 색이 정말 이쁘시네요", "화장품 바뀌셨나 봐요? 얼굴색이 너무 밝아졌어요?" 맞다. 나와 달리 사회생활 만렙이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나도 요즘 인사를 할 때, 상대의 변화된 모습을 감지하는 노력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 기뻐한다. "어떻게 알았냐?"며 얼굴을 붉히거나, 묻지도 않았는데 길게 그리고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어디가 예뻐졌는데?"
그렇다 여자 친구에게 혹은 아내에게 이 말이 나왔다는 건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는 거다. 이게 다 관찰하지 못하고 보기만 해서 일어나는 불상사다. 그렇다면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 둘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우아한 관찰 주의자'의 저자 에이미 E. 허먼은 이 질문에 셜록홈스의 '보헤미아의 스캔들' 내용을 인용한다. '보헤미아의 스캔들'에서 왓슨이 '자신도 홈즈만큼 눈이 예리하다'라고 주장하자 셜록이 그 차이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홈즈 : “자네는 보기는 하지만 관찰하지는 않아. 차이는 명확해 예컨대 자네는 현관에서 이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자주 보았지?
●왓슨 : 자주 봤지!
■홈즈 : 얼마나 자주?
●왓슨 : 글쎄 수백 번쯤
■홈즈 : 그럼 계단이 몇 칸이지?
●왓슨 : 몇 칸? 모르지
■홈즈 : 거봐 자네는 관찰하지 않았어. 그래도 보기는 했지. 바로 그걸 말하는 거야. 자! 나는 계단이 열일곱 칸인 걸 알아. 보기도 하고 관찰도 했으니까
- '우아한 관찰 주의자' 본문 중
'관찰'은 정확히 보고 분석한 후 소통(판단)까지 하는 것이다. 즉 여자 친구의 얼굴을 보고 "예뻐졌네"라고 말하는 것은 보고 절반밖에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머리스타일은 얼굴형과 더 잘 어울리네." 혹은 "스트라이프 네일 무늬가 손가락을 더 길게 보이게 하네."라고 분석 후 소통까지가 바로 관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를 드라마 주인공으로 만드는 내 곁의 우아한 관찰 주의자
"한국 남자들은 모두 드라마 주인공 같아요?"
일본에서 지인(특히 여성)들과 대화하다 꼭 듣는 질문이다. 어쩌면 다들 그렇게 매너가 좋고 여성의 마음을 잘 아느냐고 "그러면 나는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 물어보냐는 듯 "글쎄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왜냐하면...... 한국에서 남자들은 연애와 결혼생활을 통해 후천적으로 '관찰하는 삶을 강제적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 하고 있거든요."라고 답한다. ' 그렇다 후천적인 강제 실천'
"관찰하지 않는 순간 모든 기회는 사라진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을 보는 법을 배우면 당신의 세상도 달라질 것이다."
- 우아한 관찰 주의자 본문 중'
생활 속 우아한 관찰 주의자 되기
혹시, 사진을 찍으며 아내의 머리스타일뿐이랴 얼굴에 난 기미를 확인해본 적이 없는가? 혹시 매일 수백 번 출, 퇴근을 했던 길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었던 것을 눈치챈 적은 없는가? 혹시 뷰파인더 속에 입사 동기의 머리숱이 갑자기 줄어든 것을 확인한 적은 없었는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면 일상 속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사람의 눈이 가진 화각은 120도이다. 하지만 사람은 집중을 하게 되면 화각이 좁혀진다. 좁혀지면 집중(분석)하게 되고 우리 눈은 대략 50도가 된다고 한다. 바로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 화각이 50도이다. 나는 이것이 보기에서 관찰로 바뀌는 시작점이 아닐까 한다. 그냥 볼 때는 목적성이 없다. 원초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위험 유무를 우선순위로 하여, 시신경에서 처리할 뿐이다. 그렇다면 보기와 관찰의 경계선은 무엇일까? 바로 '관심'이다.
'관심'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여자 친구와 아내들은 할 말이 많다. 그녀들의 변화된 모습을 우리는 정말 악의 없이 몰랐을 뿐인데 '관심'이 없었다고 비난받고 매도당한다.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글 같은 회사에서 경쟁자들과 부대끼며 집에 들어와서 안심되고 편안해서 정신줄을 살짝 놓은 것일 뿐인데.... 여성들은 "눈이 삐었냐?"라고 눈을 타박하지만 실제로 판단하는 건 내 눈이 아니라 나의 뇌이다. 변연계의 스위치가 끄짐으로서 시각적 처리를 담당하는 뇌가 셧다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선사시대 때부터 인류보다 덩치도 크고 위험한 수많은 동물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뇌의 변연계가 발달되어 왔다. 그래서 안심을 하고 긴장이 풀리면 뇌의 이 부분이 이완된다. (내가 남자 입장에서 너무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미술의 핵심은 질문을 던지고 해석과 대화의 여지를 남긴다 - Jr(사진작가)
이제 우리 남자들이 긴장이 풀리더라도 편안하더라도 관심이 없다고 비난받지 않기 위한 'Onepage_관찰법을 제안한다.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바로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우리는 사진을 찰칵, 찰칵 찍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 그냥 찍는 것이 아니다. 바로 누구, 언제, 무엇, 어디서라고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눈 앞에 사랑하는 대상에게 전달하면 된다. 참 쉽지 않은가?
자 Onepage_관찰로 복습을 하겠다.
평가하기
1. 120도 화각의 눈을 상대 얼굴로 50도 화각으로 집중한다.
- 눈을 좁혀서 목표점인 여자 친구 혹은 부인의 얼굴을 바라본다.
2. 체크한다.
- 누구 : 사랑하는 사람
- 언제 : 크리스마스이브(분명 무엇인가 바뀌었을 것이다),
- 무엇 : 여성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고 있으면 편하다.
- 어디서 : 집 안인지 밖인지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다.
3. 조금이라도 변화된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상세하게
- 처음 보던 구두인데 오늘 외투 색깔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
- 처음 보는 귀걸이인데 머리스타일과 잘 어울리다.
분석하기
1. 좌, 우로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 오늘 목소리가 평소보다 밝은 걸 보니 좋은 일 있어?(꼭 외관만 볼 필요는 없다.)
2. 우선순위를 정한다.
- 얼굴(무조건), 옷, 구두, 가방, 상대방의 기호에 맞게 본인이 우선순위를 정한다.
3. 인지(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모르는 것,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 어제 미용실에 갔다. 문자에서 친구 OO와 다투었다(내가 알고 있는 것)
- 오늘 오후부터 연락이 없었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것)
- 심리적 파악이 필요하다. (내가 알아야 하는 것)
설명하기
1. 명확하고 정확한 단어로 전달한다.
- 두리뭉실한 단어가 아니라 명확하고 정확하게 설명한다.
2. 반복한다. 이름을 바꾼다. 재정의한다.
- 무전연락처럼 재확인, 가장 알맞은 이름으로 지칭, 상황에 맞는 의미로 정의
모두 시험공부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반복이 최고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무엇보다 자주 본다. 그것만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참 무엇보다 정확히 관찰 결과를 전달하기 전까지 변연계를 끄지 않도록 주의할 것
이렇게까지 살아야(관찰해야) 하느냐고? 해야 한다. 관찰이 나를 피곤하게도 하지만 나를 풍요롭게도 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보기만 하고 관찰하지 못해 놓치고 마는 소중한 기회가 의외로 굉장히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제 관찰한 사실들을 가까운 가족부터 소중한 사람들부터 표현해 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관찰이 자기 발 앞에 놓여있는 당신의 행복까지 찾아 줄지 모를 일이다.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실천해 보기를 권한다.
이제 여러분은 우. 아. 한. 관. 찰. 주. 의. 자.이다.
책정보 : Onepage_Book '우아한 관찰 주의자'
작가 에이미 E. 허먼의 '우아한 관찰 주의자'다.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원래 미술 전공자로서 의대생들에게 '관찰의 기술'을 향상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수술 및 응급 상황에서 가시적 효과를 토대로 '지각의 기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경찰, FBI, 미 국무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짧은 순간 적인지 아군인지 정확한 분석과 팀원끼리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각적 분석,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연마하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