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r Lee. 저 빌어먹을 그랩 바이크가 베트남 젊은이들을 다 망치는 것 같아.' 술 집앞을 지나가던 초록옷을 입은 남자를 보며 같이 술자리에 있던 친구가 탄식을 내 뱉으며 한 마디를 한다.
'Mr Hung 무슨 말이야?' 길거리에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 운전 기사를 보면서 욕을 하는 것 보니 오늘 밤 술자리가 제법 길어진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베트남에는 오토바이가 많다. 정말 많다. 그리고 오토바이 택시를 시작으로 해서 오토바이 배달, 택시, 배달 등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플렛폼이 그랩이다. 그랩은 동남 아시아에 있는 유니콘 기업이고 이미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과 분리가 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수많은 그랩 오토바이 운전기사, 배달 기사를 볼 수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길에 나와서 저걸 한다는 말이지...' 30대 중반 밖에 되지 않은 놈이 나이든 어르신 처럼 이야기를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이가 일찍 드는 모양이다.
'저거 다 아르바이트로 하는거 아니였어?'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였지만 한번도 깊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반문을 해보았다. Mr Hung의 말에 따르면 수많은 젊은 친구들이 대학을 가지 않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지 않고, 회사가 갈 시점에 되어서도 오토바이와 관련된 배달, 택시 등을 하면서 돈을 번다고 하였다.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건당 천원 이상의 돈을 받으면서... 작은 직장에서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시급을 오토바이 한번의 운행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젊은 친구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일 자리일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꿈 없이 하루 하루 돈을 벌어서 탕진하는게 이 친구는 불만인가 보다. 학생은 공부를, 직장인은 일을, 틀니 냄새가 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에 보탬이 되는 근간이 되는 위치와 역할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에게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그러한 것들이 모이는 것이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50년 전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면 한강의 기적이니, 누군가의 큰 그림이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겠지만 결국 그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일반 평범한 가장들일 것이다. 본인의 승진을 위한 개인의 욕망, 배고픈 자식들을 위한 통닭 한마리,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서 하루를 버텼는지 나는 잘 알수가 없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버틴 평범한 하루가 모여서 회사가 성장하고 나라가 성장 했다. 물론 그때 그 사람들은 자신이 욕을 먹어가면서 만들었던 기안서가 모여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게 하는 밑 바탕이 될 지는 몰랐겠지만...
물론 이 거대한 플렛폼 기업 아래에서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경험을 쌓고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명일 것인가? 플렛폼을 유지 시키는 프로그래머들? 회사를 움직이는 오피스 워커들?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월급을 받고 일을하며 경험을 쌓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저 거대한 유니콘 기업의 근간이 누군가의 대단한 사업적 아이디어나 그를 지탱하는 기술자들의 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이 시간에 건당 천원의 돈을 받으면서 일하는 수많은 그랩 드라이버들이 이 사업의 본질이며 핵심이다.
로마의 염전, 미국의 목화 밭, 런던의 탄광, 시대와 장소만 바뀔 뿐이지 누군가는 이런 일들을 하였고 누군가 그들이 그 노동을 통해서 경험을 쌓는다고 이야기 할 사람은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소수의 자본가들 뿐일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채찍과 사슬이 없으니 적지도 그렇다고 엄청 많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돈으로 젊은 이들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러한 플렛폼 사업은 종국적으로는 저 수많은 기사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면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할 줄아는것은 운전과 주소를 외우는 것 밖에 없는데.... 그럼 그들은 어디를 가야할 것인가? 조금 먼 미래의 고민은 그때 하는게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