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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Jul 26. 2021

#08. 베트남의 빗소리 - by Lee

 오늘 하루종일 큰 비가 내리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제법 감성적이게 된다. 베트남에는 여름에 종종 큰 비가 오고는 하는데 빗소리를 오롯이 들은 것이 참 오랫만이다. 출 퇴근길 차에서, 일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항상 비가 오는 날에 빗소리에 집중을 못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밖에 나가지를 못한 덕분에 이런 작은 기회가 생긴것을 보면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다음에 이 빗소리를 듣는 순간인 언제인지 모르겠으니 지금이라도 이 시간을 차분히 즐겨야겠다. 


 빗소리에 어울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과 좋은 음악이 듣고 싶다. 하지만 빗소리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음악을 더이상 듣지 않는다고 하던데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노래를 마지막으로 들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도 이 세상 어디에서 새로운 음악들이 창조되고 있지만 작사가가 사라지고 절도있는 군무와 교태로운 몸짓만 남은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 자극들은 나에게 더이상 새롭지 않다. 


 어른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는 그보다 더 아름답고 자극적인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남성, 여성들이 입고 벗고 춤추고 사랑과 정의에 대해서 노래를 불러도 어른들은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들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힘이 있고 돈이 있다면 사랑과 정의도 내편에 있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어른들은 빗소리, 음악을 들을 시간에 무엇가에 몰두를 하고 있다. 왜 어른들은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매번 부르던 노래만 부르는지, 그 노래가 내 인생의 배경음악이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일 것이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어른의 노래는 그래서 참 처량하다.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후 내내 이정도 내렸으면 그칠만도 한데 최근 날이 계속 더웠던 탓인지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틀전에 내린 비도, 일주일전에 내렸던 그 비도 이렇게 오래 내렸던 것인가? 아마 이 비를 내가 오롯이 봐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 비가 길게 느껴질 것이다. 아니 길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7월 베트남에 내리는 비의 시간은 이게 정상일 것이다. 무심하게 보거나, 다른것에 집중을 하면 그 사물의 본질이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너무 무심히 쳐다본 느낌이 들어 가슴 한켠이 먹먹하다. 고작 한 여름의 비의 길이도 모르는 사람이 내 삶을 오롯이 봐라 봤을지,,,


 비가 조금 더 길게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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