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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Sep 05. 2021

#11. 베트남의 소소한 인생 이야기 - by Lee

 그냥 갑자기 오늘 고향에 있는 막내 삼촌이 생각이 난다. 어릴때 부터 같이 살며 주말이면 목욕탕도 가고 비디오도 같이 빌려 보던 좋은 형님이자 어른이었다. 주말이면 할머니가 항상 막내 삼촌에게 장가를 가라 그래야지 어른이 된다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30밖에 되지 않은 한참 어린 나이였는데 왜 할머니는 막내 삼촌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는 과연 어른인가? 과연 사람은 언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일까? 물리적인 나이가 기준인가? 아니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그때 부터 어른이 되는걸까? 30년전 막내 삼촌은 어른이었지만 나는 그 나이를 훌쩍 뒤어넘었지만 어른이 아직 아닌것 보면 후자가 그 기준이 아닐까 싶다. 100년전에는 10대에 결혼을 해서 자식이 있고 그들을 책임 졌으니... 나이는 어리지만 그들을 누가 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혼자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편하다. 책임질 와이프가 자식이 없다면 이 모든 세상의 남자들은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다. 30대 중반 이제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나이지만 이제는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씩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사실 두렵고 겁이난다. 혼자였다면 이러한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비록 뉴욕의 5성 호텔에서 새해 연말을 보내거나 한끼에 50만원이 넘는 일식에 비싼 정종을 먹지는 못하겠지만 적당한 위스키에 적당한 음식을 먹고 베트남에서 5성 호텔에 여행을 갈 여유는 있기 때문이다. 아마 3년에 한번 정도는 플렉스니 뭐니 해서 앞에서 말한 고급스러운 것들을 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임질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된다면 적당한 위스키 마져 사치가 된다. 마트에 산 3만원짜리 위스키를 며칠째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 제법 맛은 좋지만...


 30년전 막내 삼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좋은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아직 책임지기가 두려워서였을까? 간만에 만나서 한번 물어보고 싶은데 고향땅은 멀기만 하다.


 대한민국의 출산률이 낮고 미래가 어둡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어쩌겠는가 21세기 이 시점을 살고 있는 애들은 어른이 되기 두려운 것인데... 애들은 알고 있다 책임질 것들이 생기면 3년에 한번이 아니라 뉴욕의 5성 호텔은 환갑잔치에나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애들은 알고 있다.  


20년전에는 육아 일기가 가족 시트콤이 인기 예능이었지만 지금은 플렉스가 대세다.  티비로 그것들은 보고 배운 애들은 잘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배우자와 자식이 주는 행복보다 그러한 플렉스들이 더 효용 가치가 크다는 것을... 젊은 사람들은 영리하다.


어른들은 말한다. 책임질 사람들이 생기면 다 살아진다. 하지만 내가 책임질 사람들에게 내가 물려 받은 것 처럼 평범한 사람의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책임질 사람들에게 평범한 사람들의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집, 차, 좋은 옷과 음식이 그리고 그 것들을 벌기 위해서 하루 하루 발악을 하지만 자꾸만 멀어지는 격차를 보면서 포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월급, 조건과 대우, 분명 베트남에서는 평균 이상이지만 이러한 조건만으로도 불안하고 초초한데 고향땅의 애들은 과연 어떠할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평균 이상을 벌어서는 평범한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일 뿐인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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