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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Dec 31. 2019

#03. 첫 직장 - by Lee

베트남에서 만난 나의 첫 직장

옛 여자 친구가 결혼을 했다. 어쩌다 보니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음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평소보다 조금 더 길어진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나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옛 연인의 흔적들을 뒤적이고 있다. 슬프지는 않다. 하지만 괜히 담배를 한대 더 입에 물게 되었다. 어느 순간 감정을 말과 행동보다 담배 한 가치로 표현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 딱히 슬프지는 않은데 담배를 한대를 끝까지 피고 싶다. 2019년 12월 10일 새벽 내가 그녀의 결혼사진을 보고 느낀 감정은 딱 거기 까지었다. 


어떻게 처음 만났냐고? 베트남에 처음 와서 방황하고 멋 모르는 나를 선택해준 사람이었다. 크게 볼품없는 나의 무엇을 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그녀의 필요인지 운명인지 무엇이 그녀를 이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이 나라가 익숙하지 못한 나는 그녀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은 것이 답답했을 것이다. 주위에 있는 흔한 사람들을 만나면 나보다 조금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 같은데… 내가 저지른 수많은 크고 작은 실수들이 어떻게 넘어갔는지 쉼 없이 실수를 저지른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시간이 지났으니 그녀에게 한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이제 물어보기는 너무 많은 시간이… 너무 많은 일이… 지나가고 그녀는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다.


편한 사람이었고 나 역시 그녀와 함께하면 편했다. 하지만 20대 후반의 여성은 이 나라에서 많은 책임과 결정 그리고 성과를 내야 해야만 한다. 우리의 사랑은 대학교 새내기의 풋풋함과 서투름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트남에 사는 그녀는 오늘이 중요했고 베트남에 온 나는 내일을 이야기했다. 둘이 생각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고 나는 그녀를 설득하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계획과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서 설득하는 방법, 30년을 살았지만 어디서도 그것을 배워 본 적이 없었다. 그녀와 함께 했던 2년의 시간은 나에게 설득을 하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2년의 시간 동안 조금씩 멀어지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지고는 했다. 다른 여성들의 아름다운 미소, 육감적인 몸매, 기타 이국적인 매력을 뽐내는 여러 국적과 그 문화, 다른 사람에게 눈을 조금씩 돌린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현실과 그녀가 주는 편안함 때문에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오게 되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타국에서 지독하게 외롭게 살아가는 나에게 그것은 끊기 힘든 중독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현실과 미래라는 익숙한 주제에 대해서 또다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지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우리는 헤어지고 말았다. 나는 미래의 불안함 꿈을 찾아 그녀를 떠나갔고 그녀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게 되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1년이 넘은 지금 나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가끔 새벽에 잠이 오지 않을 경우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하다. 익숙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서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지 않고 싶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그녀를 버리고 미래에 배팅을 했는지 그 안갯속에 쌓인 미래의 인연이 나에게 다가올지 나는 아직 정답을 모르겠다. 정답을 알려 줄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 내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기를 아니 헤어지면서 느꼈던 그 생각을 잊지 않기를 그 감정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다 보면 나의 미래에 조금 더 좋은 인연이 있을 것이다. 


첫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는지 웬 사랑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를 직장으로 바꾸면 바로 나의 첫 직장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녀는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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