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13>
어릴때 동물원에 대한 추억이 다들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딘지 설레이고, 놀이동산과는 달리 정말 '볼거리'가 있었던 동물원. 2000년대가 되면서 동물 학대의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현재는 조금 어색한 위치에서 자리하고 있는 동물원. 그렇지만 세계에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원이라는 것이 자리 잡은지 100년도 훨씬 넘었다는 사실. 이 책은 세계 각지의 그런 유서깊은 동물원들의 역사를 통해 동물원과 동물, 그리고 역사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근현대 인간이 어떤 일들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풀어나간다.
동물원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다양한 정보가 뿜어져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영국의 동물원이나 독일의 동물원, 그리고 중국의 동물원까지 이 동물원들은 모두 정치와 당시 세계 정세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들이 지어진 배경부터 어떤 동물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까지. 그래서 이 책은 동물원의 이야기지만 그를 훨씬 더 넘어서는 책이다. 인문학서라고 할 수도, 인류의 역사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다양한 동물원들을 다루며 그에 맞게 서양 고전이나 아시아의 영화, 음악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연결시키는 저자 나디아 허의 풍성한 글감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동물원에 대해 알고 싶어 집어들었다가 생각도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편 이 책의 번역가인 남혜선씨는 얼마전 감명깊게 읽은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의 번역가이기도 하다. 몰랐다가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하고 처음 알았다. 그때 번역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도 무척 인상깊었다. 좋은 작가는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할 수 있다. 내 생각엔 좋은 번역가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번역가는 대개 좋은 책을 고른다.
2017. 01. 완독.
동물원 기행
-나디아 허, 남혜선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