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성훈 May 28. 2019

2년 차 콘텐츠 제작자의 바이블 Top3

들어본 적 없는 콘텐츠 리스트

콘텐츠를 팔든, 혹은 뭔가를 팔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든 초보 콘텐츠 제작자는 막연함과 싸운다. 이 기획이 빵 터질 것인지 아니면 놀랄 만큼 관심을 받지 못할지는 발행할 때까지 모른다. 그래서 한 때 유행했던 전략이 '일단 SNS에 하루에 5개씩 올리다가 하나 터지면 비슷하게 또 만들기'다. 이 방법은 "어차피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뭘"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보는 눈이 많을 경우, 마구잡이식 콘텐츠 양산은 팬을 이탈하게 만다. 반대로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플랫폼마다 만석이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뭘 만들어도 노출이나 도달 같은 수치를 높이기 힘든데, 뭐든 아무거나 만들어서 내놓기엔 이미 사람들의 눈이 높아졌다.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새로운 방법론과 참고서가 필요하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처럼 개인이 자신의 철학과 작업방식을 말하는 콘텐츠를 참고하면 될까. 물론 대가와 선배에게서 배울 만한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엔 애매하다. 대체로 유명인의 이야기는 생생하지만 재현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 설사 구체적이라고 해도 파편화된 정보다. 한 명의 관점으로 끌고 가야 하는 콘텐츠 제작의 AtoZ를 배우기엔 적합하지 않다.


그럼 한 호흡으로 길게 설명해주는 책은 어떨까. 픽사의 콘텐츠 체크리스트로 유명한 <창의성을 지휘하라>, 콘텐츠 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짚은 <콘텐츠의 미래>는 일종의 전공기초 강의다. 그외에도 바이블이라고 여겨지는 각종 작법서와 글쓰기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된 책은 오래된 사례를 끌어다 쓴다. 변치 않는 원칙을 배우기엔 적절하지만, 지금 당장 적용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법한 콘텐츠는 충분한 깊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금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거나, 이미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 유명한 미디어(닷페이스, 퍼블리 등)는 제외하고 콘텐츠를 추천한다.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보지 않아도 그 자체로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들로만.



1. 유튜브 채널_Game Maker's Toolkit

Game Maker's Toolkit은 좋은 게임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채널이다. 영상 제목부터 남다르다. '어떻게 (악랄하지 않게) 유저를 몰입시키는가', '좋은 AI란 무엇인가', '죽음을 리 디자인하다' 등에 답하는 것. 게임은 영화나 만화에서 보지 못했던 '상호작용'을 도입해 몰입을 유도한다.


플레이어는 AI와 상호작용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게임 세계 안의 날씨, 음악과도 상호작용한다. 수용자가 직접 상황에 대응하고 주도해야만 성장하는 매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 게임의 기저에 깔린 의도와 실제 게임 사례를 비교 분석하는 채널이 Game Maker's Toolkit이다. 국내에서 게임 문법을 적극 동원해 콘텐츠에 녹여낸 사례는 의외로 흔치 않다. 원포인트 레슨처럼 구성된 영상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그저 애들 장난 혹은 중독을 유발하는 유해 콘텐츠일지도 모른다. 게임에 빠져 회사에 아무도 출근하지 않으면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소설 보느라 집안일을 돌보지 않거나 정무마저 등한시했던 일부 조선시대 사람처럼. 그땐 소설이 유해매체였다. 하지만 소설이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았다.

새로운 매체가 나올 때마다 서사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소설이 섬세하고 깊이 있는 내면묘사를 앞세웠듯이, 게임은 상호작용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나왔다. 게임은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반응하는 봇 대신 갈수록 더 사람 같은 AI를 가상현실에 재현하고, 더 실재 같은 세계를 구현하는고 있다. 좋든 싫든, 콘텐츠의 미래는 게임에 있다. 영화가 자신 이전에 등장했던 대중예술을 모 흡수한 다음 추가로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했듯이 오늘날의 게임도 그렇다.



2. 팟캐스트_웹툰스쿨

웹툰작가 지망생을 위해 만든 팟캐스트지만, 서사를 다루는 초보 제작자의 교보재로 쓰기에도 훌륭한 콘텐츠다. 마치 초보 작가 과정 종합패키지처럼 코너를 구성했다. 작법서 챕터별로 톺아보기, 플롯의 원형과 흥미로운 캐릭터 집중 분석, 기성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쭉 돌아보는 인터뷰 등 지향점이 뾰족하고 명확하다. '궁극의 캐릭터 - 고흐', '수신지 작가 인터뷰', '피씨한 웹툰' 등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 콘텐츠가 여럿이다.


독특하게도 청강문화산업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며, 메인 진행은 10년째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는 만화가 이종범이다. 더불어 그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과 교수이기도 하다. 진행자로서 이종범은 언제 어떤 정보를 제공할지 계산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 사례를 제공하며, 발음과 발성까지 안정적이다. 더불어 만화평론가 홍난지 박사, 지식인으로 통하는 김태권 만화가 등 고정 패널의 면모도 화려하다.


이 팟캐스트가 특히 초년생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만화가 이종범과 홍난지 박사가 힐러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이다. 청취자 사연을 받는 코너에서 그들은 뻔한 위로나 거짓말을 늘어놓지 않고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용기를 준다. 특히 이종범 작가는 '미래의 동료작가'를 응원하기 위해 자신의 흑역사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공모전으로 데뷔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 회사를 그만두고 웹툰작가를 준비해도 될까요? 같은 실질적이고 어려운 질문이 들어올 때 둘의 따듯함이 빛을 발한다.



현직 만화가와 평론가가 지금의 관점에서 전해주는 이야기는, 웹툰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2019년에 서사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도 좋은 참고가 된다.



3. 책_Dialogue

로버트 맥키는 디즈니와 픽사의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TV 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작가다. 그의 전작 STORY는 스토리텔링을 다루는 사람의 서재에 꼭 한 권씩 꽂혀있는 바이블로 통한다. 두껍고, 아무도 안 읽었지만, 대단한 책이라는 뜻이다. 한국어판 부제에 들어간 '시나리오'가 무색하게 #소설가 #웹툰작가 #방송작가 #유튜버 등 서사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영)감으로 만들던 것을 이론화, 체계화한 책들 중에서 STORY의 포지션은 ‘기준’이다. 


그가 19년 만에 후속작을 펴냈다. 제목은 Dialogue(대사, 한국어판 제목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2') 로버트 맥키는 한 인물이 내뱉는 모든 대사의 이면에 욕망과 의도와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대사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을 기준으로 대사를 다듬는다. 즉 대사 뒤에 인물의 어떤 욕망이 있는지, 대사 속에 담긴 메시지가 그 욕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이야기는 곧 아이러니'라는 그의 철학에 따라 대사를 쓸 때 흔히 하는 실수와 해결책, 대사 설계 분석 등으로 챕터가 구분되어 있다. 그러니 대사를 쓰는 기술을 익히기보다 이야기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적당히 훑어가며 읽거나 발췌독이 더 적합할 것이다. 아예 4부만 읽는 것도 방법이다. 중간중간 이런 문장을 발견할 때만 멈추면 된다.


"인물의 지식은 주로 사물의 이름인 명사와 동사로 표현되고, 인물의 개성은 주로 수식어로 표현된다."


"잘못 쓰인 대사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잘 쓰인 대사는 그것이 말하고 있는 것 이상을 암시한다. 당신이 쓴 대사가 표면 밑의 생각과 느낌들을 품고 있는 것 같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 방도를 찾아내든가 잘라내든가 해야 한다."


이 책이 초심자에게 적합한 이유는 서문 마지막 단락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새롭게 글쓰기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창의성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면 이 책은 다시 활로를 열어줄 것이고, 글쓰기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갈 길을 잃어버렸다면 이 책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p.s.

서사 형식을 빌어서 팔리는 콘텐츠 혹은 무언가를 팔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를 꿰고 있어야 한다. 한 번 터지고 말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의미 없다.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적어도 성공한 이야기의 공통 문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현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벤츠를 산다고 벤츠만큼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작법서 혹은 좋은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해서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이렇게 인풋을 쌓고 실제 콘텐츠 제작에 적용하는 과정은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첫째, 앞서 간 사람이 걸려 넘어진 장애물을 피한다. 남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똑같이 겪지 않는 것이 원칙과 사례를 공부하는 이유다. 둘째, 노력의 방향을 잡는다. 엉뚱한 곳에 힘을 쏟지 않고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위안이 되며 시간 낭비를 줄ㅇ. 막연함과의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기초체력은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하려고 산 책은 아닌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