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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성훈 Jun 04. 2021

본업에서 인정받는 부업,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

리스크가 낮고, 리소스는 크다

‘퇴사하면 뭐 해 먹고 살지’ 작년부터 틈만 나면 떠오르는 고민입니다. 당장 퇴사할 건 아니지만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결혼식장 안개처럼 잔잔하게 깔려있습니다.⁣

회사 동료와 이런 얘기를 하다가 “아는 형이 군산에 도자기 카페를 차려서 대박났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전혀 다른 업계에 있다가 적성을 찾았고 운도 따라준 케이스겠죠. 그런데 저는 가위질도 삐뚤빼뚤합니다. 공예나 기술보다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거예요. 누구나 ‘아는 형’이 될 수는 없겠죠. 위험부담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아예 다른 일로 옮기는 대신, 지금의 일과 나의 적성을 적절히 블렌딩하는 사례에 마음이 갔습니다. 자신의 ‘B면’을 살려 일하는 덴츠 B팀의 방식이 안전해보였죠. 간단한 예를 들자면, 광고기획자 요코 씨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주부로, 식음료 분야의 클라이언트를 전담합니다.  ⁣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관심 분야를 일에 접목해보는 거죠. 개인 사업보다 리스크가 낮고 리소스는 큽니다. 큰 욕심이 없다면 이보다 매력적인 일도 드물 거예요. 마치 평소에 가고 싶던 비싼 식당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기분이겠죠? 성취감까지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고요.⁣

덕업일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덴츠 B팀은 A면과 B면을 모두 활용한다는 점에서 달라요. A면이 결과물의 형태를 만들고(광고), B면은 일의 재료를 결정합니다.⁣


우연히도 저 역시 최근에 B면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푹 빠진 탓이죠. 유튜브,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어떻게든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해요. 가령 스타트업 CEO가 프리젠테이션을 한다면 거기에 제한 시간과 점수 시스템을 두는 식이에요. 어떨 땐 슈퍼마리오의 버섯과 같은 파워 업 요소를 집어넣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게임 덕후는 아닙니다. 콘텐츠 업계에 있으니 게임의 문법이 얼마나 강렬한 몰입감을 주는지 보게 됐고, 아직 이 분야가 덜 활용됐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다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여러 차례 경험하기도 했죠. ‘쿠키런’ 다운로드 받으면 큰일나요 여러분.

개인적으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했을 때 기획안이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토리텔링이라는 도구에 더해 새로운 방법론을 하나 얻은 느낌도 들고요.⁣

꼭 클라이언트가 있는 직업에서만 활용 가능한 건 아닌 듯합니다. <미생>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인공 장그래는 바둑에서 배운 ‘생각법’과 ‘멘탈관리법’으로 직장에서 빛을 발하죠. 더 가깝게는 최근 식품 시장의 (곰표 맥주같은) 협업 사례처럼 전혀 다른 두 분야를 결합하는 형태로도 일할 수 있을 테고요. A면과 접목하기 힘들어 보이는 B면을 가졌다면 의외성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일하는 분야에서 지금의 기술로 버티기 어렵다는 감각은 꽤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저만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기왕 뭐라도 끌어다 써야겠다면,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분야라거나, 최근에 몰두하고 있는 무언가에서 찾는 게 효율적이고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싶다면 회사 밖에서 B면의 결과물을 내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사례와 인사이트를 정리해보려고 운영하는 저의 뉴스레터도 그런 맥락 위에 있고요. “그래도 그게 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험상 “어떻게든 써먹어보자”라고 마음먹은 순간에는, 그리고 그게 먹히는 순간에는 조금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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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B면에 마감을 끼얹으면 숨통이 조금 막힐수도 있습니다. 가령 매주 뉴스레터를 쓴다든지...(제대로 가고 있나 싶을 때마다 구독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2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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