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천재와의 대결에서 이영숙 셰프가 승리한 이유는 실력에 있겠지만, 장사천재가 패배한 건 게임의 규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맛으로만 평가한다’라는 공정하게 보이도록 세팅한 규칙 말이다.
장사천재가 서바이벌 바깥에서 성공해 온 게임의 규칙은 ‘21세기 장사법’이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 ‘보석’은 매장의 컨셉과 플레이팅, 을지로 상권 등이 소셜 미디어에서 알려진 결과물이다. 요리 실력이 뛰어나지만 지금의 F&B 시장은 그것만으로 성공하는 게임이 아닌 것이다.
반면 흑백요리사의 해당 라운드는 아주 단순한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규칙을 사전에 알려줬고 참가자는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장사천재나 이영숙 셰프나 같은 행동을 했다. 둘 다 자신이 해오던 것을 했다. 마침 게임의 규칙이 이영숙 셰프에게 더 유리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룰에 적응하지 못했으니 양쪽 다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반면 미디어와 비즈니스에 경험이 풍부한 최현석 셰프는 룰에 적응하고 룰을 적극 이용했다.
레스토랑 컨셉을 정하는 라운드에서 그는 객단가를 비현실적으로 높였다. 매출 극대화라는 게임의 핵심 룰에 집중했고 억수르를 타깃 고객으로 설정했다.
“절대 이 식당으로 밖에서 장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가 룰을 이해하지 못했더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현석을 두고 약삭빠르다, 영악하다 라는 평가도 있는데, 서바이벌 게임은 이렇게 하라고 규칙을 설정한 것이다. 심지어 리더의 판단에 팀원 모두의 생존이 걸려있는 규칙이었다. 이 상황에서 리더가 판을 넓게 보지 못하고 하고 싶은 걸 하자고 했다면 리더 자질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흑백요리사에는 맛이 요리의 본질이자 실력이고, 그것만으로 셰프가 평가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반면 그것만으로는 팀과 레스토랑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복잡한 규칙도 던진다.
현실의 성공 규칙은 본질 같은 하나의 개념으로 환원될 수 없다. 여러 개의 규칙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데다가 핵심 규칙이 빠르게 변하기까지 한다.
여기 세 유형의 사람이 있다.
최현석은 그때그때의 규칙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요리를 내놓을 줄 아는 사람이다.
장사천재는 현대 F&B 시장의 게임 규칙을 체화했지만 바뀐 규칙에 자신을 맞추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규칙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실력과 노력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 된다. 규칙을 넘어서는 실력이라는 것도 이따금 존재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건 유연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