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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성훈 Oct 09. 2024

최현석 팀에서만 자진 이탈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

리더의 위기 대응 매뉴얼

멤버 방출 규칙은 느닷없고 무례했다. 흑백요리사답지 않게 개연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는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것만이 아니다.

왜 두 명은 자진해서 나갔고, 한 명은 방출되었는가. 이는 리더의 자질과 관련이 있다.

“저는 전처리 작업만 하니까요”
“다른 데 가는 게 제 색깔을 내는데 나은 거 같아요”


철가방과 만찢남이 나간 이유에 공통점이 보인다. 이는 집단에 해가 되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눈치보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왜 자신이 특수한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까. 리더가 구성원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에겐 중식 셰프로서 빛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반면 최현석 팀에서는 아무도 자진해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최현석은 한 차례 리더십을 증명했고, 억수르 식당의 콘셉트는 1등(=구성원 전원생존)에 유리했다.

무엇보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기획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최현석은 한 명을 지목해야 했다. 세 명 중 유일하게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다.

방출 과정에서도 리더 간의 차이가 보였다. 트리플 스타는 입술을 깨물었고, 에드워드 리는 상황을 주도하지 못했다. 최현석은 초조해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계속해나갔다. 방출 멤버는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의연함을 가장한 것으로 보인다.

방출할 때는 다른 구성원과 ‘파트가 겹친다’라는 팀을 위한 논리를 내세웠다. 요리하는 돌아이는 이모카세의 ‘김 굽기’ 역할이 과장되었다고 판단했으나 최현석은 안유성 명장을 내보냈다. 이 판단은 (먹방러의 김 칭찬과 재구매로 이어져)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최현석은 안유성을 격려하거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지 않았다. 그저 감내했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결과를 직면하기. 위기에도 의연한 척 앞으로 나아가기.

모든 리더가 이렇게 행동할 필요는 없고 흑백요리사의 룰은 극단적인 것이지만, 변화와 위기의 순간에 구성원을 살리는 리더는 최현석과 같은 기준으로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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