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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Dec 26. 2018

S#5. “누구나 싸이월드에 저런 문장 하나 있잖아?”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은 이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9.

2017년 8월 1일 한겨레신문 보도된 기사


 언론에 보도되자 포털 메인에 기사(http://naver.me/xwvygMuP)가 노출되었고, 신문사 SNS 채널에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저 문장이 저작물이면 내 일기장에는 저작물이 한가득하다. 싸이월드를 찾아보면 누구나 저런 문장 한 줄 정도 써 둔 것 잊지 않냐?’는 의견부터 ‘그러게 출처를 밝혔어야지 왜 함부로 가져다 쓰냐? 대기업 자기네 회사 이름 함부로 쓰면 손해배상 청구할 거면서 저작물 인정은 왜 안 하냐?’는 의견까지 찬반이 팽배했다. 만약 나에게 변호사가 있었다면 댓글 보며 감성에 젖어 속상했겠지만, 이 댓글들은 여론을 파악하기에 필요한 내용이었고 내가 내 입장을 견고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어휘들을 발췌할 수도 있는 자료였다.


위의 기사에 달린 댓글. 순공감순으로 보게 될 경우,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도 있어 최신순으로 설정해서 캡처했다.


 페이스북에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오갔다. 판례가 없으므로 쉽지 않을 것, 이런 사례가 저작권 피해로 인정될 경우 표현에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감이 들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 찬성 의견으로는 한 문장이기는 하나 길이가 길고, 고유의 창작성이 보인다. 명백하게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됐는데 사전 검토 및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니 침해라는 의견이 있었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절대 이길 수 없다. 원한다면 조언을 해 주겠다.”며 훈수 두는 음악관계자도 있었다. 대부분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은 이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변호사들이 남긴 댓글에 언급된 법 조항을 찾아보는 것은 꽤나 큰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뿐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법에서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의 저작물인 1984 EP 앨범은 창작을 위해 2008년, 1년 동안 모든 경제적 활동을 중단하고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였다. 다행스럽게도 회계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 20대 때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세금 납부를 하고 있었다.


 2005년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상금 500만 원을 받았는데, 세금으로 22%인 110만 원 내고 나서 ‘이거 좀 너무 많은데?’ 싶어 세금 신고와 환급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아르바이트하며 같이 일하는 회계사님께 “작년에 세금을 100만 원 넘게 냈다.”라고 했다. 돈 많이 버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소리 하느냐고 하셔서 나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환급받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때부터 세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세금 신고를 매년 꼬박꼬박했다. 즉, 2007년까지 매해 이어지고 있던 소득이 음반을 제작하는 2008년 1년 동안 전혀 없었으며, 2009년 출판사 취업과 함께 다시 소득자가 된 것을 국세청 자료로 증명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였지만 돈을 벌고, 쓴 흔적을 제대로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들은 세금 및 4대 보험(특히 그 중 국민연금)에 대해 잘 모른다. 취업 후 직장가입자가 되어 자연스럽게 납부되는 절차를 경험하지 못하니 알 수 없기도 하고, 당장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불안한데 더 불안해지는 것이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있는 프리랜서들에게 정확한 소득신고와 국민연금을 소액이라고 내는 것에 대해 권유하면 ‘배부른 소리’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그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벌고, 쓴 흔적을 어떻게든 남겨두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큰일 겪으며 다시 한 번 느꼈다. 나 역시 프리랜서로서 일할 때 국민연금을 내지는 않았으나, 세금 신고를 꼬박꼬박 한 것만으로도 소송 진행하며 나의 주장을 좀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다. 먼 미래인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이 아닐지라도, 어느 날 갑자기 닥칠 위기 상황에 이러한 자료가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


 기사를 통한 공론화 과정으로 그동안 혼자 답답해하던 마음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그러나 아직 사건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하며 다음 절차를 준비했다.



 ※ 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브런치에 게시하는 이유는 저와 같이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저작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본 게시물을 보시고, 임의의 매체 및 저작권법 관련 강연 등에 활용하실 경우 반드시 사전 협의 요청해주시길 바랍니다. 판결문은 SNS 등을 통해 공개하였으나, 본 브런치에 소개되는 내용은 제 개인의 정보가 있어 보다 정확하게 소개될 수 있길 바랍니다. 사전 협의 없이 사용하다 적발되는 경우, 민형사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문의 : dearmothermus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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