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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Jan 17. 2019

S#17. “소장 접수 6개월 후, 첫 재판이 잡혔다”

전자소송은 낯설었지만 충분히 혼자 할 만했다. 심지어 친절했다.

22.

 요즈음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보는 재미가 크다. 머리 식히기 위한 취미일 수도 있고, 영업이 중요한 직업인만큼 개인 홍보가 될 수도 있으나, 어떤 목적이든 ‘법의 문턱을 낮추고 소통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 생각하며 즐겨본다.


 최근에 본 재미있었던 영상 한 편을 소개한다. 변호사들이 일하면서 사용하는 ‘골무’ 테스팅 영상​인데,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검사 등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다. 매 사건마다 수십 장, 수백 장에 이르는 문서를 빠르게 넘겨 봐야 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에게 ‘골무’는 필수품이다. 친구인 변호사 E에게 이야기하니 “그런 영상이 재미있어?”라고 오히려 묻는다. 변호사들끼리는 그저 일하는 모습이 무슨 재미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직업이나 사회, 나라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재판 준비하는 분들께 이 외에도 다양한 변호사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보며 머리도 식히고, 정보도 얻어보시길 권한다. 법에 대해 이해할 수도 있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그들과 시너지 발휘하는데 도움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지치면 안된다. 절대.


23.

 나도 실제 재판 진행하며 상당히 많은 문서를 보고, 작성했다. 만약, 이 많은 문서들을 전부 출력해서 제출까지 해야 했다면 너무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들고, 종이가 아깝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내가 진행한 ‘민사소송’은 ‘대법원 전자소송(ecfs.scourt.go.kr)’에서 온라인으로 소장 접수가 가능하고, 소장 접수 이후에도 재판의 모든 과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사건 진행과정에 변동이 생기면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 전자소송이란? (출처 :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은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적인 방식으로 소를 제기하고 송달을 받으며 전자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소송절차입니다. 이를 통하여 국민은 법원 방문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손쉽고 빠르게 사법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중략) 2015년 3월 집행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을 완료함으로써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서 전자소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특허사건은 약 95%, 민사사건은 약 66% 정도가 전자적으로 소장을 제출하고 있으며, 이용률이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자소송의 시행에 발맞추어 2010년 전자법정 보급형 모델을 개발하여 특허법원에 우선 구축한 이래 전국 고등법원, 지방법원 및 지원 민사법정 등에 450여 개의 전자법정을 구축하였습니다. 전자법정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실시간 전자기록 접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빔프로젝터, 실물화상기, 대형 모니터 등의 전자매체를 통하여 재판부는 물론 소송관계인 모두가 화면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재판절차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전자소송을 통해 소송절차를 혁신하고 사법정보의 공유의 폭을 넓혀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중략) 대법원의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소송의 1심 접수 건수 가운데 100%, 민사소송 전체 접수 건수 중 72%가 전자소송으로 접수됐다. 가사소송과 행정소송도 1심에서 전자소송으로 접수되는 비율이 각각 64%와 99%에 달했다. 2020년엔 형사사건에도 전자소송이 전면 도입된다.


 나와 같은 저작권법 관련 사건은 민사와 형사소송으로 둘 다 진행 가능하다. 어떤 소송으로 진행할지는 저작권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원하는 바에 따라 선택 및 병행 할 수도 있다. 나는 전자소송으로 소장을 접수해 민사소송만 진행했고, 1심에서 사건 종결되었다. 만약, 피고 측이 항소했다면 1심 일부 승소 판결을 근거로 경찰서에 방문하여 고소장 접수하고 추가로 형사소송 병행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아래 기사 보면, 형사소송에서는 모든 서류를 출력해서 제출해야 되다 보니 상당한 비용과 불편이 든다고 한다. 법원에서는 2020년엔 형사사건도 전자소송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8073109078042220


 재판의 전반적인 진행 과정 이해 돕기 위해 아래 3장의 이미지 먼저 공유한다. 3장의 문서는 법원 홈페이지에서 검색되는 내 사건 진행 내용이다. 내 사건은 1심에서 종결된 사건이나, 재판부도 바뀌고 화해권고 결정 이후 이의 제기도 하며 매 순간 다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

법원 홈페이지에서 검색되는 내 사건 진행 내용

 먼저 이 중 1~2쪽에 초록색으로 표시해 둔 단계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즉, 소장 접수하고 첫 재판 기일 잡히기까지다. 내가 ‘법을 잘 모르는 저작권자’를 위해 쓰고 있으나, 대부분 내용이 ‘각자의 사정으로 재판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의 이해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 내 친구 한 명은 나의 브런치 글을 보며 망설이던 소송을 결심했고, 변호사 선임까지 완료했다. 다만, 재판 진행에 있어 전반적인 과정은 비슷할지 몰라도 사건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르다. 이점 참고해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2017년 12월 22일 새벽 2시, 대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소장과 입증자료를 제출했다. ‘이제 진짜 접수가 된 것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메일이 왔다. 소장이 접수되었다는 메일이었다. “와, 대한민국 만세!” 그동안 입증자료 찾고, 소장까지 썼지만 한 번 도 해 본 적 없는 소장을 접수하고 나니 조마조마했다. 접수가 제대로 된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안내해 주니 ‘오! 친절한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법원에서 보낸 소장이 접수되었다는 메일

 이후 소송 진행하는 동안, 전자소송은 여러모로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의 개인 소송이 가능한 배경이었다. 전자소송이 없었다면, 평일 오후 회사에서 일해야 되는 나는 법원 방문만으로도 정신없어 지쳤을 것이다. 동시에 여러 사건 맡고 있는 변호사들도 전자소송에 편리함을 느끼겠구나 싶었다. 전자소송과 관련된 자료를 찾던 중 <日 변호사들, 한국 전자소송에 감탄사 연발>​ (2018.07.07., 리컬타임즈, 법무법인 태평양 정원영 변호사)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는데, 일본 변호사들이 감탄한 이유가 충분히 이해됐다.


 “일본 변호사들이 특히 관심을 가진 부분은 전자소송제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모든 소송이 종이소송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방대한 양의 서면이나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 그에 수반하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탓에, 도입된 지 9년째에 접어들어 안정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전자소송제도를 많이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모든 소송서류들을 전자소송 사이트에 접속 후 클릭하여 조회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법원 동영상 소개자료를 보면서 필자의 옆자리에 앉은 한 일본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사가 연신 부러움의 감탄사를 내뱉는 것을 보고,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전자소송 시스템의 편의성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전자소송 접수 이후(2017.12.22)에는 피고 측의 변호사 선임이 있고(2018.2.6), 첫 번째 재판의 변론 기일이 잡혔으며(2018.2.19), 재판 전 피고 측 변호인의 답변서 제출(2018.3.6)이 있었다. 법원은 여름과 겨울에 긴 휴가 일정이 잡히곤 하는데, 내가 소장 접수한 기간이 동계휴정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약 2개월 후에 잡힌 것이니 빠르게 진행된 것이었다. 법원 휴정기간은 주요 정보가 아니지만, 재판을 진행하는 일반인들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낯선 이야기라 법원 휴정기간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한다.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열람한 내 사건 원고와 피고가 제출한 서류

 원고와 피고가 제출한 서류는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한데, 첫 번째 이미지 우측을 보면 원고인 내가 접수한 소장과 입증자료가 붉은색 글씨로 나열되고, 피고 측 변호인이 제출한 소장과 입증자료가 파란색 글씨로 나열된다. 두 번째 이미지의 팝업창처럼 자료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이미지처럼 지정된 폴더에 저장되어 pdf 파일로 볼 수 있다.


사건의 현재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자소송 홈페이지 내 화면

 이후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진행 중 사건’ 1건이라고 뜨고, 모든 재판이 끝난 후에는 0건이라고 뜨는데 사건 당사자로서 모든 재판이 끝난 후 ‘0’ 건이라는 숫자 볼 때의 후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자소송에 관한 정보는 소송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재판 결심한 상황에서 느끼는 막막함을 알기 때문에 캡처된 화면으로 설명했다.

(좌) 재판 일자 변경을 알리는 변경기일통지서, (우) 재판부 재배정 후 변론기일통지서

 전자소송에 대한 이해도 필요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장 접수 후, 재판이 진행되기까지 ‘시간을 잘 견디는 일’이다. 원래 나의 재판은 2018년 3월 13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 하루 전 날인 3월 12일 오후, 법원에서 변론 기일이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첫 재판 앞두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찰나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피고 측이 재판 연기 신청했나? 아니었다. 법원에 전화해 확인하니 재판부가 변경된 것이었다. 언제 재판이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멍했다. 얼른 정신 차려야 했다. 서둘러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올려둔 회사 연차 결재를 취소했다. 직장인이 소송을 진행해야 된다면 감내해야 되는 현실이다.


 이후 피고 측은 변호사 한 명 더 추가해 총 5명의 변호사를 선임했고(2018.4.4.), 2018년 5월 28일이 되어서야 첫 재판 일자를 알 수 있었다. 2018년 6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별관 207호 법정에서 오전 10시 20분 첫 재판 일정이 잡혔다. 소장 접수 후, 6개월 만에 일이었다.


 ※ 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브런치에 게시하는 이유는 저와 같이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저작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본 게시물을 보시고, 임의의 매체 및 저작권법 관련 강연 등에 활용하실 경우 반드시 사전 협의 요청해주시길 바랍니다. 판결문은 SNS 등을 통해 공개하였으나, 본 브런치에 소개되는 내용은 제 개인의 정보가 있어 보다 정확하게 소개될 수 있길 바랍니다. 사전 협의 없이 사용하다 적발되는 경우, 민형사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문의 : dearmothermus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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