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JEONG Mar 28. 2024

스타트업의 롱런을 바라며

꿈만 바라보게 만드는 건 직무유기다.

오늘 아침 신문 기사 중에 스타트업의 경영이 어려워 폐업을 하려 해도 투자사나 투자자 반대가 있어서 폐업도 맘대로 못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279425i


스타트업 경영이 어렵고 기업경영이 어렵다고 하는 말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창업을 하는 창업가의 입장에선 그 누구보다 큰 뜻이 있고, 세상을 뒤집어 놓고 싶은 욕구와 갈망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래서 뜻을 함께 펼쳐나갈 동료가 필요하고 투자가 중요하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 정말 잘할 수 있고 함께 만들어갈 사람도 있는데 돈이 없기 때문에 온갖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돈을 받아낸다. 그것이 잘 된다면야 누가 뭐라 할까. 우리 경험상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세상이기에 경영자들은 하루하루 외줄 타기 인생을 보낸다. 실제 요즘 인공지능이 비즈니스와 일상에 접목되면서 인공지능 비즈니스가 아니면 투자도 받기 힘들다는 말도 한다. 그만큼 투자를 받는다는 건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는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투자란 곧 남의 돈을 끌어오는 것이기에 동전의 양면처럼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엔 투자라는 이름으로 빚을 지는 것이다. 또한 경영에 간섭하게 되기 쉽고, 회사를 빼앗기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 내 주변의 사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름 있는 스타트업도 사업 초기에 받은 투자금으로 연명하며 매출 한 푼 없는 사업을 끌어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사업이란 것이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다. 제아무리 경험 많고 지식이 많은 전문가가 있다한들 그 성공의 보장이란 없기에 더욱더 힘든 것이 사업이기도 하다. 적정한 투자금액이 얼마인지 예측도 어렵고 그 밖에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도 어쨌든 투자를 받고나서 어찌어찌 사업도 커지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기더라도 위기는 발생한다. 대략 구성원 숫자가 25~30여 명이 되는 시기다. 아직까지 월급 주고 운영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고 사업 규모도 커져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시점이다. 그에 따라 새로운 인력에 대한 수요도 생긴다. 이 시기에 발생하는 위기는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발생하기 쉽다. 


첫째, 대표이사의 신경이 분산된다. 

그동안은 회사의 창업정신에 동의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일하는 동료들로 가득 찬 시기였다. 따라서 돈이 어떻게 들어와 어떻게 나가는지도 대표가 직접 챙기기에도 어렵지 않았고 모두가 어떤 것을 어떻게 일하는지 파악하기에도 불편함은 별로 없었다. 내부 소통도 잘 되는 편이고 분란이 생기더라도 대표가 직접 나서 이야기 듣고 해결하는 데에도 어려움은 적은 시기다. 그런데 사업 규모가 커지고 복잡한 세금, 돈의 흐름도 대표가 한눈에 들여다 보기 힘들어진다. 대표는 아침에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엑셀 화면 띄워놓고 숫자 맞추다가 하루를 보내기도 바빠진다. 결국 영업, 재무/회계, 인사 등등 뭐 하나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어지는 시기를 맞이한다.


둘째. 새로운 인력이 유입된다.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면서부터 회사 내에 조직도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변화가 많아진다. 또한 새로운 인력은 창업 멤버들과는 다른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회사 내에서의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갈등의 빈도나 세기도 이전과는 달라진다. 단순 연봉 문제뿐만 아니라 복지 혜택, 성과급 지금 등 대표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 같지도 않은 상황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회사 내에 좋지 않은 말만 하고 다니는 스피커(Speaker)도 발생하고 구성원 간에 계파나 그룹핑도 발생한다. 조금씩 정치적인 문제도 생기며 이 사람을 내보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긴다.


그 밖에도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시스템(System)의 문제이다.


여기서 언급된 '시스템'은 IT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체계를 가리킨다. 이는 대표이사가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고 세부사항에 주의를 기울여 대화를 통해 해결하던 방식에서, 조직 운영 체계의 중요성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단순하게는 전문 조직을 구성하고 팀장을 앉히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의 의사결정 체계, 인력의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기까지의 인사 관리 체계, 성과 관리 체계, 보상 체계, 자금 집행 체계 등 일종의 기업 경영의 틀이나 기준점을 세우는 것과 같은 포괄적인 의미다. 


이를 위해 대표자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인사(HR)와 재무(Finance) 영역이다. 

재무는 회사의 자금 흐름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대표자는 재무를 위임함으로써 다른 업무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돈'을 관리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재무 관리를 외주로 주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데, 외주사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고 누가 그 업무를 수행하느냐도 중요하다. 이 경우에는 자금 집행에 대해서 결재 권한은 대표자 또는 내부의 관리 담당자가 맡는 것도 필요하다.


인사(HR)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근본 운영 틀을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가깝게는 인력 채용 이슈를 해결하고 관리하는 업무에 치우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세우며, 조직문화를 이끌어가고 성과를 관리하고 보상하는 체계, 구성원의 커리어 발전을 위한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의사결정은 어떤 체계로 운영할지 등등 회사의 기본 뼈대를 세우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인사의 필요성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저 비즈니스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즉 영업적인 면과 제품 개발에 올인하다시피 하니 회사 전체를 살펴볼 겨를 조차 없기도 하다. 필요성을 인식한다 해도 먹고사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이제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후순위로 밀린다. 어찌 보면 보험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나중에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과도 비슷하다.


회사가 30명이 넘어가고 45명이 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진다. 45명에서 50명이 될 때까지는 속도가 느려졌다가 50명이 넘어가면 100명까지 가는 속도 역시 생각보다 빠르다. 


이 시기를 즐겁게 맞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고 기존의 인력과의 숫자에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이런저런 불만 사항과 요구사항이 나오게 되고..."우리 회사는 체계가 없어요"라는 말로 대변되는 상황을 해결하는데 가장 첫 번째인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또 사라진다. 나 역시 창업이라는 걸 경험해보긴 했지만 혼자서는 절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사람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흔히 그렇듯 문제가 발생한 뒤에 후회하기보단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조직의 시스템은 갖춰지고 올바르게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엔 기업이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별을 고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