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희옥《안젤라》
안젤라. 최루탄에 맞서던 학교에서 촛불을 들던 광장까지. 한국 여성의 '토착적 한'을 품고 '토종 페미니스트'로 사는 육십대 비혼 여성의 이야기. 소설이라지만 이것이 진짜 이야기임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알게 된다. 그렇게 그 삶을 기록하고 나누어주신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가슴이 뛰었다. 대체 안젤라는 무엇을 위해 삶의 모든 시간을 싸우는 사람으로 살아야했는가. 내가 겪지 않은, 겪을 수 없는 시대를 온 몸으로 저항하며 살아낸 이야기는 언제나 귀하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 알지 못했던 시간들을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이 들고, 그 저항과 투쟁에 힘입어 살 수 있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그덕에 피를 흘린 시대가 아닌 아닌 촛불을 든 시대로 기억될테니.
엽서로 이 책을 추천하면서는 한 생이 모두 담긴 여성의 목소리가 유독 귀하게 느껴진단 이야기를 각기 다른 문장의 형태로 꼭 넣으려 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아직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하지만, 젊은 여성의 목소리만큼이나 온 시대를 다 살아낸 여성의 목소리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저는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오래 살 수 없을 듯해요. 칠순 가까이 산 것만도 기적이에요. 어쨌든 새로운 시도보다는 지난 세월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천국에 갈 마음 수양을 할 나이가 됐어요. 다만 저희 세대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함으로써 후대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선대 여성들이 규방 문학을 써 내려간 심정이라고 할까요? 지극히 작은 자였지만 최선을 다해 당대를 살아 냈던 부지런한 여성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