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삶이 기쁨과 행복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더이상의 기쁨과 행복이 될 수 없다. 기쁨은 슬픔이 있기에 존재하고 행복은 불행이 있기에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백수에게는 휴가라는 개념이 없지만 근로자의 삶에는 주말도 가뭄에 단비같은 역할을 하듯, 인생은 고통이라는 것이 없이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가 없다. 하나를 먹어도 온 감각에 집중하여 음미하는 것처럼 어떤 감정이라도 온전하게 흡수하고 느끼고 굳건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더 넓고 깊게 체험하며 지혜를 터득하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좋은 문구 발췌>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낮 시간을 살아가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하루 동안 기분 좋고 생기 넘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아무 걱정거리가 없이 천진난만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는 그런 무미건조한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아무런 고통을 받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사소한 일도 즐거워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특별한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끝없는 사색과 철학적 사고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한 가지 만큼은 확실히 안다. 아무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기쁨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축복 받은 순간과 천국이 있다면 그때 만큼 은 아무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기쁨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과 아픔을 통해 그러한 축복을 쟁취할 수 있다면 그때의 고통과 아픔은 도망쳐 버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짝사랑의 뜨거운 열정에 빠져서 어느 악마의 손길이 닿은 운명에 눈이 멀고, 온몸은 불덩이가 된 채 불같이 일어나는 폭풍 같은 삶을 한 번도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든 예술 중에 서 가장 으뜸인 기억의 예술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향유, 즉 쾌락을 즐긴다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제거한 후 남은 달콤함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한 번 향유했던 쾌락을 아득한 먼 곳에 보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되새기는 것을 말한다.
모든 소원을 접어 두고
어떤 목표나 열망을 알지 못하고
행복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당신의 영혼은 쉴 수 있게 되리라.
내가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 자기가 쓰는 힘의 근원을 알고 그 위에 자신만의 고유한 법칙을 쌓아 올리는 것을 꼭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기 마음속에 개울과 계곡을 품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가능한 한 충실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영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라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는 존재가 허락되지 않는다 한낱 강물일 뿐
우리는 온갖 형태 속으로 기꺼이 흘러든다. 낮이나 밤이나 동굴이나 사원으로 우리는 뚫고 나간다. 존재를 향한 갈망이 우리를 재촉한다.
마음이 무거울 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노래를 부르고, 경건하게 행동하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짓고, 산책을 나가는 그런 것들을 이용해 나는 은둔자가 경전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유쾌함이란 장난이나 자만심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서, 인간의 가장 고귀한 인식이자 사랑이며 모든 현실을 긍정하고 모든 나락과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깨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