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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장장 Sep 04. 2021

008.윤숭첫 번째 EP. <숨어>


 광장이 무대가 된 첫 뮤직비디오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된다. 을지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숭의 음악과 꽤 긴 시간 함께 일을 함께 했던 윤빈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라 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처음 윤숭의 음악을 들었던 건 벌써 4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장의 단골손님이던 쓰다에게 공연을 제안했고, 게스트를 초대해도 되냐 묻기에 누구인지도 묻지 않고 알겠노라 대답했다. 그 사람이 윤숭이었다. 쓰다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반해 라이브를 제안했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리허설을 하는 윤숭의 목소리에도 반하고 말았다.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는 쓰다와 달리 라이브 말고는 들을 수 없는 윤숭에게 그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늘 물었던 것 같다. 앨범 언제 낼 거냐고. 그때마다 윤숭은 그냥 취미로 하는 거라고만 대답했다. 그 후로도 광장의 오픈 기념 파티, 라이브 뒤풀이 등등 기회를 만들어 윤숭의 노래를 들었지만, 윤숭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그때 마음껏 듣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늘 지울 수 없었다. 


 광장의 오픈 기념일인 5월 20일에는 늘 파티를 한다. 뷔페와 라이브와 기부파티. 4주년을 맞이하던 2020년에는 코로나가 들이닥쳤다. 파티를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했지만, 그나마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나오던 때라 오픈 기념일마다 뻑적지근하게 차려내는 뷔페만 제외하고 파티를 열기로 했다. 처음 경험하는 파티였다. 모두가 열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끼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광장을 채운 그 자리에서 윤숭이 노래했다. 윤숭은 앨범 작업을 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윤숭의 낮고 허스키하고 목소리는 광장을 채우고 모두의 마음을 두드렸다. 이전처럼 마음껏 음식을 나누고 반가워하고 즐거워하진 못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잊힐 정도로 마음이 채워지는 공연이었다. 녹빛 창 너머로 울리는 윤숭의 목소리에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들어와 라이브를 들을 수 있느냐며 광장의 문을 열기도 했다. 파티가 끝이 나고 윤숭과 술잔을 기울였다. 늘 앨범 내달라는 애원은 언제 앨범을 만날 수 있느냐는 다른 형태의 애원이 되었다. 늘 나와 함께 윤숭의 앨범을 기다리며 아쉬워하던 윤빈이 이야기했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는 윤빈은 윤숭이 앨범을 낸다면 뮤직비디오 작업을 해주겠다고 그러니 꼭 앨범으로 윤숭의 노래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뮤직비디오를 위해 광장을 내놓겠다 했고, 그 자리의 단골손님들도 뭐든 도우겠노라 말했다. 윤숭은 말만이라도 고맙다며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말 끝을 흐렸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모두의 눈빛은 공연을 하던 순간만큼 반짝였다. 그건 윤숭의 노래, 윤숭의 목소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윤숭으로 채워진 광장의 밤, 모두가 윤숭의 앨범을 위해 뭐든 할 기세로 목소리를 모았다. 


 코로나는 더 심해져 이제 세 자릿수를 넘어 네 자릿수가 일상이 되었고, 모이기도 작업하기도 어려워졌지만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앨범을 준비한 윤숭과 함께 윤빈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윤숭의 음악에서 느낀 감정 하나하나를 윤빈만의 물성으로 빚어 정성스럽게 담아낸 영상이었다. 내달리고, 흔들리고, 깜빡였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씨앗이 힘을 내 발아를 시작한 것과 같은 온기를 담고 있었다. 좋은 노래가 있었고, 그 노래만큼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 완성된 한 편의 뮤직비디오였다. 


  부디 이 아름다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닿아 마음을 채울 수 있길.



*

 

 윤숭의 새 EP 앨범은 텀블벅이 진행중입니다. 

뮤직비디오 <숨어> 는 텀블벅 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tumblbug.com/yoon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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