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먹고사는 메구미에게 패션지 편집장의 칼럼 제안이 온다. 바로, 여자 구애의 밥. 칼럼에 응모하는 남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식당을 선정해 칼럼니스트를 유혹하고, 메구미는 그 내용을 글로 풀어낸다. 제목이 조금 이상하지만 여자를 유혹하는 식사시간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매 화 다양한 프로필을 가진 남성들이 등장한다. 회사원, 프리랜서, 사업가, 학생, 한국인 유학생도 나오고 나이도 연하부터 할아버지까지 있을 정도로 구성이 다양하다. 각각의 배경에 따라 지정한 음식점에서도 개성이 드러나고, 여성을 유혹하는 방식도 달라 짧고 반복되는 형태지만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각자가 글로 쓰이는 칼럼 속 주인공이 되려 하는 목적이랄까 이유도 달라서 새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 하고 감탄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사람의 매력이라는 게 각자 가지고 있는 형태가 달라서 누군가에겐 매력적인 부분이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하는데, 거기에 눈을 번뜩이게 하는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너무 맛있게 먹으며 온 몸으로 느끼는 메구미와 함께 하다 보면 매화 상대방의 매력을 찾아내고야 마는 메구미의 다정함에 새삼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별로라고 생각하고 마는 그래서 더 다가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멀어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도 된다.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사람에 대한 탐구도 놓치지 않으면서 음식을 즐기는 순간에 있다. 으음~ 하고 즐기는 메구미의 표정과 몸짓은 화면 밖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매력만점 메구미를 보다 보면 유혹당해버릴 것만 같은데 이 드라마는 그리 쉽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마카나이소에서도 그랬듯 페미니즘 광풍이 불고 지나가고 있는 한국의 많은 변화와 달리 일본어 공부라는 명목으로 다시 챙겨보기 시작한 일본 드라마는 마음이 불편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마뜩잖은 순간들을 너무나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나마도 넘길 수 있는 하한선을 끌어내리고 보자고 생각하면서도 부딪히는 순간들이 생겨난다. 그냥 예능은 예능으로,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빨간약을 마시고 말았는 걸.
도쿄에서 살면서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함께 유학하던 친구들과 일본을 탈출하며 (그때를 돌이켜보면 탈출이라는 말보다 적절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를 했는데, 10년이 지나고 다시 한번 아쉬움이 생긴다. 독특한 시선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던 일본 콘텐츠들의 발전 없는 퇴보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