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추천해줬다. 진짜 짜증나는데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있다고. 보통 한국 드라마를 볼 때 그런 경우가 많아서 드라마의 형식 자체를 기피하는 편인데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친구의 추천이 흥미로웠고, 나도 결국 욕하면서도 드라마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앉는 시청자가 되어 끝까지 보고 말았다.
못된 사람, 악한 사람, 악독한 사람. 나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 중, 주인공 아이코는 사이코패스를 넘은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정도가 꽃밭찬란하다.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요리 잘 하고, 훈훈하고, 다정하고, 전문직에 안정된 프리랜서에 집도 있는 노부루와 결혼한 아이코는 세상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회사 상사와 불륜 관계에 있다. 노부루에게 불륜이 들켜도 그건 다 네 잘못이야, 나한테 잘 해줘. 하고 뻔뻔하게 말하는 아이코에 으악!!! 하며 집에서 혼자 보다가도 외마디 소리가 터졌다.
제목은 당한 쪽의 비극, 드라마의 제목처럼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의 괴로움, 감정적으로 해결해 나가려 하기도 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하기도 하지만 진심이었던 사람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비극이다. 동지가 생겨 위로를 얻고 힘을 얻는다고 한들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런 큰 시련은... 드라마를 보며 내가 당한다면? 하고 몇 번을 생각해봐도 삶의 의미를 잃을 것 같은 절망적인 기분만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진실하게 살 수 있을까. 이건 당하는 쪽만 생각할 수 있다. 괴롭히는 쪽은 그럴만하다거나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아아... 참, 머리가 뜨끈뜨끈 해지지만 그냥 웃을 수밖에 없다. 그냥 이런 건 드라마야, 하고.
이 드라마 리뷰에 실제로 이런 사람은 없겠지만, 하는 글들이 있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오래 묵혀뒀던 기억들이 맘을 어지럽힌다. 현실은 맞아, 더 지독하지. 더 지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