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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동의와 참여의 일치

동의하지 않는 일이 성과를 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이란, 한 사람이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가 새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이 또 무엇인가를 동의하지 않는 태도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사람은 그 사람만의 삶의 여정과 맥락이 있고 그것이 낳은 가치체계가 있다. 그 가치체계가 작동하는 이상 동의하는 것과 동의하지 않는 것은 나뉘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동의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 정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 무엇의 결과를 예단하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예단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내가 무엇인가를 동의하는 것의 여부와 그 무엇의 성과의 여부는 인과관계가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믿으면 그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동의하지 않았던 일의 결과에서 끊임없이 흠결을 찾아낸다. 그리고 잘못된 것으로 규정한다. 흠결이 없는 무엇인가는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잘못된 태도다. 흠결이란 내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언제고 존재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동의하지 않는데 참여하는 태도가 아닐까. 동의하지 않음에도 참여를 유지하면 그것이 성과를 낼 때 자기 자신의 가치체계에 파손이 일어난다. 그래서 더 이상 무엇인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어떤 것을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사라지니 그 행위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무엇인가를 동의하는 것과 참여하는 것, 동의하지 않는 것과 참여하지 않는 것은 함께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데 결과의 콩고물을 줍기 위해 발을 걸치는 것은 비열하다. 동의하는데 참여하지 않는 것은 비겁함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발을 거두고 내가 동의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이 서로서로를 온전히 하는 것이고 서로를 지키는 것이다.


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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