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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인간을 포함하는 공간

공간이란 그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누가 그곳을 점유하느냐에 따라 해당 공간에 대한 인식은 달라진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지형지물이 없으면 서로 다른 공간을 구분할 수 없다. 집이라는 공간은 건물의 특정한 위치와 그 속을 점유하고 있는 물건들에 의해 규정된다. 바닥과 천장과 벽이라는 외형을 포함한다. 물건들이 남아도 벽채가 모두 사라진 공간을 우리는 완전히 똑같은 공간으로 인지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상태가 변할 것이다. 공간이란 그 지점을 둘러싼 물질에 의해서 규정된다.


인간도 하나의 물질이다. 우리가 물건이라 부르는 보통의 물질보다 훨씬 더 유동적이고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이 담겨있는 공간이란 그 규정이 계속 변하게 된다. 함께 일하는 사무공간에 나 혼자 남았을 때 느껴지는 이완감과 작은 해방감, 일탈하는 듯한 감정들은 그 변화로 인해 공간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신체와 더불어 그 신체가 존재하는 공간에 담기는 것이라면 공간은 우리의 마음상태를 결정한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일하며 피로를 얻어가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했기 때문을 넘어 그것을 채우는 사람들로 인해 계속해서 바뀌어가는 공간에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바뀌는 공간이 나의 생각과 마음에 계속해서 전환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지 않을까.


공간이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삶이란 그 인간을 포함하여 나에게 맞는 공간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존재할 곳을 찾고, 존재하고, 더 적합한 공간을 찾아 나서고, 다시 존재하는 것. 끌어당기는 곳으로 나를 이동시키고 밀어내는 곳에서부터 이탈하는 것. 삶의 여정이란 단순하게는 그냥 그런 과정의 연속, 반복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자연스러움과 온전함, 안녕을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공간에 존재해야 하는 사람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공간에 존재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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