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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온전한 하루라는 선물

하루를 온전히 나의 생각, 나의 의도대로 펼치고 보내는 것에는 굉장한 쾌감이 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어떤 것에도 내 정신이 오염받지 않는 하루를 산다는 건 그 자체로 치유가 된다. 단 하루 그 단 하루가 주는 힘은 나머지의 나날들 동안 쌓인 온갖 삶의 무거움을 밀어내고 해소하는 크기를 가진다. 그런 하루는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하루가 몹시도 그리워진다.


홀로 하는 여행의 활홀감은 아마 그런 장악력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않을까. 나의 모든 하루를 스스로 결정하는데서 오는 만족스러움, 자유로운 느낌, 함께하는 여행이 어딘가를 방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혼자 하는 여행이란 일상에서 나를 주기적을  찾는 신호들로부터 떠나는 데 있다고 본다. 내가 저유하고 사는 공간 속으로 끊임없이 발송되는 나 아닌 것들로부터 전해지는 신호는 그 점유하는 공간을 떠나야만이 나를 찾지 않는다. 신체라는 공간을 점유하는 물질을 고정된 지리적 위치에서 이탈시켜 그 신체에 담기는 정신에 해방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홀로 하는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라 말한다. 그건 살면서 본연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의 다른 말일 것이다. 삶은 어떤 측면에서 우리를 잃게 만든다.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온종일 달리다가 한 번씩 멈춰 서서 자신의 영혼이 자기를 쫓아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기다린다는 것처럼 삶은 각자의 영혼보다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때때로 그 좇음을 내려놓고 자기의 영혼을 기다리지 않으면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일체감을 상실하고 만다.


그런 여행이 실천하기 어렵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위한 단 하루를 불현듯 한 번씩 선물해 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고 할지라도 만약 그것이, 그 하루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했다면 그것은 작은 여행을 떠난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를 잃어버린 영혼이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때때로 우리는 멈춰야만 한다.


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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