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 그리고 친절함

너와 나, 당신과 나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사이. 설명하는 자와 설명 듣는 자의 사이. 안내하는 사람과 안내받는 자의 차이.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자의 사이. 그 사이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정보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전제. 그 전제가 존재하지 않으면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진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전하는 이 가 가지는 정보의 양이 전해받는 이가 가지는 정보의 양보다 많다는 것을 말한다. 차이를 좁혀서 일치되는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전해받는 이의 정보의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있는 것을 버리거나 가려서 전할 수는 있지만 없는 것을 생성해서 전해받을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수준을 낮추기 어렵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야 나의 지식과 정보를 풀어헤칠 수 있고 그중 어떤 것이 더 낮은 수준인지를 판가름하여 그것만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복잡하고도 복합적인 수준의 정보가 풀어지지 않은 채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상호 간에 그 퍼즐을 풀어내는데 시름을 하게 된다.

지식의 저주와 친절함은 양 극단에 존재하는 상반된 개념이다. 지식의 저주는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이 하나의 덩어리와 체계로 압축되고 굳어지기 이전의 상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어떤 것을 알기 전의 상태를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려서 소통의 단절이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친절함이란 그 상태를 계속해서 기억하여 언제고 그 덩어리 진 지식과 정보의 체계를 해체하여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조각조각 떠먹여 주듯 작은 알갱이로 전할 줄 아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전하는 이는 항상 이러한 태도를 간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상대방의 부리의 크기만큼 정보를 잘게 쪼개어 보내는 태도에 의사소통의 성패가 달려있다.

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