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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3. 2023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늘

미야자키 하야오는 시대의 천재이지만 많은 비판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그의 주도 하에 많은 명작을 만들고 남겼지만 그의 꿈만을 실현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자유로운 연출의 권한을 가질 수 없었다. 영화를 만드는 자신의 방법을 제대로 실천해 볼 수 없어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 명성과 달리 지브리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작은 스튜디오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그 공간은 미야자키 하야오 한 명의 꿈만을 담을 수 있는 그에게만 최적화된 곳이었다.


좋아 보였던 것이 나쁘게 보인다. 내가 받았던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부터의 감명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제외한 지브리의 많은 창작가들이 자신의 꿈을 스스로 거세하고 한 사람의 절대자를 추종한 결과물일 수 있다. 한 사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만으로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픈 운명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그다음이 필요하다. 다른 이의 꿈을 실현하는데 희생한 만큼 자기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권리. 회사라는 집단이 성장하고 커져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목적하는 바를 실현시켜 볼 기회까지도 늘리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지브리와 달리 디즈니 스튜디오는 큰 폭의 성장을 이루고 한 사람의 천재의 역량에 기대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과 분업이라는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그 안에 다양한 전문성과 창의성과 기회를 담았다. 그러한 프로세스 속에서도 디즈니라는 일관된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규정과 시스템 매뉴얼을 구축해가지 않으면 더 높은 권위에 있는 사람의 의사결정 방식이 계속해서 조직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것을 구축해 가면 한 사람의 감이나 신념이 아닌 시스템 자체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되고 그 시스템을 받치는 다양한 전문성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자연히 스미게 된다.


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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