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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객 Jun 12. 2024

적막 속에서의 사색

[9일 차] 트리야 카스텔라 - 알베르게 마당

사람을 추동하는 건 뭘까. 사람을 끌어당기고 또 밀어내는 건 무엇일까. 작고 조용한 마을 트라야 카스텔라는 무료함이고 공허함이고 또 무력함이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공상을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건 참으로 다채롭다. 배를 채우고 잠을 자며 몸을 움직이는 동물의 패턴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것들이 인간에게는 너무도 많다. 뻔해지는 순간에 찾아오는 무료함을 타파하기 위해 인간은 새로움을 갈망한다. 그 새로움을 도처에서 찾을 수 없을 때 인간을 움직이는 추동력은 상실되고 만다.


특별함의 순간도 그 순간들만 한 데 모으면 평범함이 된다. 고로 특별함이란 상대적이다. 떠나기 전 특별함으로 느껴졌던 지금의 이 순간들도 하나 둘 그 시간이 쌓이면서 평범함으로 전락함이 느껴진다. 특별함만으로는 특별함이 존재할 수 없다. 평범함이란 전제가 특별함에 숨을 불어넣는다.


일이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무엇이 특별함인지를 느끼게 하고 또 그 특별함을 존재하게 만드는 무엇이 아닐까. 그렇다면 일 자체가 문제가 아닌 얼마큼의 일을 할 것인가, 어느 시간만큼 일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로 본질은 전환된다. 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일의 빈도와 그 일을 둘러싼 다른 삶의 양식들의 상대적인 구성, 그리고 그 구성들의 비중. 그 이상적인 비중을 찾는 것이 삶의 중요한 미션처럼 느껴진다. 얼마큼 일하고 얼마큼 일하지 않을 것인가. 그 이상적 비율은 모두에게 다를 것이다.


아무리 특별한 상태라고 한다 해도 그 상태가 무한하다면 특별함이란 규정 자체가 상실된다. 무한한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다양한 상태의 구성과 패턴. 그 속에 존재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패턴 속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가. 패턴이란 반복이고 인간은 그 패턴 속에서 또다시 뻔함을 느끼고 또 다른 무료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전의 패턴을 뒤흔드는 또 다른 새로움을 탐닉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특별함도 반복되면 평범함이 되고 특별함과 평범함의 적절한 구성도 궁극적으로는 그 자체가 패턴이 된다. 그 반복은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순간순간의 스스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센서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며 언제라도 기존의 패턴을 부수고 뛰쳐나갈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함과 동시에 그것이 행동에 이를 수 있도록 평소에 에너지를 비축하며 사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인간은 참으로 복잡한 존재다. 물질적으로 따지면 일정한 시간 동안 뭉쳐졌다 사라지는 존재일 뿐인데 그 뭉쳐있는 시간에서의 정신은 한없이 뿌리 깊고 복잡하다. 사람은 왜 사는 것일까. 공상을 해도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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