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하고 쓰리랑해도 아리랑이 낫다
각 지역의 아리랑을 모아 공연을 준비하는 제작자 언니에게 물었다. 별 뜻 없이 부르는 후렴구인데, ‘아리다’와 ‘쓰리다’에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백과사전에는 "신라의 '알영비(閼英妃)’, 밀양 전설에 나오는 인물인 '아랑(阿娘)' 등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의미 없는 사설(non-sense verse)로 흥을 돕고 음조를 메워나가는 구실을 할 뿐”이라고 나와 있다. 옛날 남아선호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해석도 있다. 남자(아들)를 뜻하는 ‘아름답다'와 여자(딸)를 의미하는 ‘쓰리다’라는 것이다. '아리아인'과 ‘수메르인’까지 나오자 검색을 멈추었다.
아니 그러니까 프리랩처럼 본인들의 사연을 털어놓다가 요즘의 ‘yeah~ yeah~’ ‘huh huh~’ 같은 것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이라는 건데, 왜 하필이면 ‘아리고, 쓰린' 애잔한 단어로 흥을 돕고 음조를 메워 나간 걸까?! 그 궁상맞음에 대해 혀를 차고 있는데, '아리고, 쓰리다'로는 ‘아라리가 낫네’의 해석이 석연치 않았다. 그래서 ‘아름답다(아리따운)’와 ‘쓰리다’를 대어 봤더니 더 들어맞는 것 같다.
이 땅에서 산 그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것이 왕이건 종이건, 남자건 여자건, 한국땅이건 아니건 간에 아리기만 하고 쓰리기만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인생이 원래 아리기도 하고 쓰리기도 한데 그래도 산다는 것이 아린 것이 아니겠냐는 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래 제목이 ‘아리랑’인 것은 마지막 퍼즐이 맞추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예를 들어, '나를 버리고 고개 넘어가신 님(사람이건, 시간이건 간에) 보고 발 병 나서 멀리 가지 말라'라고 질척일 때도, '아름다웠던 만큼 마음이 쓰리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던 것으로 됐다'라고 후렴구에서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번도 제대로 불러본 적이 없는 아리랑이 귓전에 맴돈다. 더 이상 외롭고 그리움에 젓은 가락이 아니다. (내가 접한 대부분의 아리랑은 이 민족이 겪은 기구한 역사들과 함께 불려서 그 슬픔에 주눅들었던 것 같다) 덩실거리는 아리랑이다. '그래도 아린 것 (아리따운 것)이 낫다’고 흥을 돋우는 소리이다. 축 쳐져 있던 동그란 어깨가 움찔거린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