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연구위원입니다." 얼마 전 상대방 회사에 메일을 쓰고, 무언가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누구에게 내 자신을 '연구위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 12년차인 나는 그동안 내 스스로를 '○○○ 기자'라고 소개할 일이 많았다. 언론인으로 오래 일했으니, '기자'라는 호칭으로 소개하는 것이 내겐 참 익숙했던 거였다. 그런데 어느새 박사도 졸업하고, 연구직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서 내 자신의 직함도 바뀌었다.
취업준비생과 전직(轉職)을 앞둔 이는 사실상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는 것. 20대 중후반, 언론고시생이었던 나는 매일 같이 논술과 상식 책을 가지고 구립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나의 무기는 글쓰기 및 토론 능력이었다. 그게 나의 스킬 셋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구직으로 바뀐 나의 스킬셋은 조금 바뀌어 있다. 리서치 및 프로그래밍 실력이었다. 물론, 글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중요하긴 하다.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30대 직장인들이 전직을 고민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취업준비생 시절과 지금의 차이점은, 지금은 가정이 딸려 있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과 새로운 취업 노선에서 경쟁까지 벌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수명이 90~100세 시대라고 가정한다면 다음 직업을 위한 도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충분한 비전을 보일 수 있다면 가정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 조금은 피곤하겠지만 꾸준한 자기계발로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다보면 사고도 유연해지고 나도 모르게 꼰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있다. "요즘 시대의 전문성은 변화를 따라잡는 것"이라고. 5년, 1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내가 박사과정으로 터득한 스킬셋은 그때도 주효할까? 어쩌면, 20대 취업준비생 시절의 초심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