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이 체질에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13~14년에 이르는 직장 생활을 돌이켜보면 '배움의 연속'이었던 거 같다. 직장 경력 1~10년이 '배움의 시기'였다면, 10년을 넘어서부터는 '인화'를 배우는데 더 시간과 에너지를 쓴 거 같다.
그런데 근래 들어 전문가냐, 샐러리맨이냐의 고민이 깊어진 건, 최근 책을 출간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나의 밥벌이(본업)를 하는 과정에서는 '부끄럽지 않은 동료'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한다. 역량과 관점으로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며 돋보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결과물보다는 팀워크에 기반한 '신뢰 빌딩(Building)'에 요즘 더 신경쓴다.
그러나, 어디선가는 오랜 커리어와 연구 경험에서 나온 나만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물은 책, 논문, 혹은 무언가가 될 수 있다. 특히 책을 쓰는 과정에서 내 전공 지식을 체계화시키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20대 중후반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향으로 살아왔느냐인 거 같다. 10여 년에 이르는 커리어에서 내가 부서 인사이동, 이직 등 모든 선택에서 늘 바라는 결과를 얻은 건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조직에서 지내면서 키운 역량과 관점을 어떻게 빌드업하느냐는 40대를 바라보는 나의 몫으로 남는 거 같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원치 않거나 꺼렸던 부서에 속했을 때 오히려 배움이 컸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언론사 기자 시절 비취재 부서에 있을 때 시작했던 경제학 석사는 현재 경제 연구자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으며, 직전의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은 결과적으로 내 전문성(재벌기업 분석)에 현장 경영 지식을 안겨줬다.
요약하면, 과거 10여 년에 이르는 커리어 경험에서 내가 내린 선택과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40대의 내 커리어에 하나의 방향성을 부여해주고 있는 거 같다.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꾸준하게 지내고, 주변의 것을 겸허하게 흡수하며 지내는 자세(attitude)라는 것이었다.
조만간 40대에 접어드는 나는 전문가이냐, 샐러리맨이냐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주위 의견을 늘 경청하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지내면서 조금씩 '사람의 그릇'을 넓히는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 중요할 거 같다. 더욱 현명한 40대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