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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 Sep 24. 2015

2007년, 연애의 시작

난 네가 결혼할 상대라고 생각해.

2007년, 내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3월에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워낙 착하고 성격 좋기로 소문난 대학 동기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친구와 비밀로 연애를 시작하면서 착하고 순한, 연애 경험도 전무한 그 친구에게 자주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난 네가 결혼할 상대라고 생각해. 연애할 상대는 아니야. 우리가 10년만 늦게 만났으면 어땠을까?"



스물한 살 아가씨는 자기 남자친구에게 이렇게나 맹랑한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야 듣게 된 이야기인데, 내 남자친구는 저 이야기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었다고 한다.


2006년 겨울 우리가 썸을 타던 시기


어쨌든 나는 그렇게나 모진 이야기를 하면서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 이야기도 했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혹시 내가 널 차거든 너는 나한테 다시 만나 달라고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내 성격상 그런 남자는 딱 질색이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소중한 남자친구의 연약한 가슴에 대못을 콕콕 박는 이야기만 했었단 말인지 정신이 아찔해져 온다. 철이 없어도 이렇게나 쿨하게 철이 없을 수 있는 건가?




연애를 시작하는 데도 정말 긴 줄다리기가 필요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해에는 나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고, 후추(남자친구의 별명)에게도 짝사랑하던 상대가 있었던 때라 연애 감정은 없이 좋은 대학 동기로 잘 지냈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친구의 감정이 사랑으로 싹트게 됐다.

2006년 11월쯤부터 2007년 3월까지, 무려 4개월 간 우리는 '썸'을 탔다.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 2007년 3월에 연애를 시작하는 데에도 내가 집요하게

"솔직히 말해봐 너 나 좋아하지?"라고 캐물어 받아낸 자백 비슷한 것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어쩌면 내 이기심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긴 시간을 썸을 타고 연애를 시작했는데도 비밀로 연애를 하자고 조건을 내걸었다.



커플티 아님,  MT에서 맞춘 과티



MT에 가서도 이렇게나 티가 나게 둘이 다니면서도 절대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발뺌을 했었다.

많은 친구들이 너네 정말 사귀냐고 물어와도 정색을 하며 아니라고 했다.


어쩌면 후추는 연애하기에 적합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곧 헤어질 거다.라는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7년 3월에 자백으로 받아낸 사랑 고백을 시작으로 2015년 지금까지 헤어짐 없이 만나고 있다.

그때 내 말이 우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를 할 나이를 지나 결혼할 나이로까지 다가와 이젠 우리의 더 먼 미래를 계획한다.



우리의 이야기,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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