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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노 Dec 15. 2022

<아바타: 물의 길> 어디에서 봐야 할까요?

국내 주요 상영관별 3D, HDR, HFR 비교체험기

관람장소:

메가박스 돌비시네마(코엑스),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G(월드타워), 

CGV 아이맥스(용산)



비교하기에 앞서:


3D 영화의 경우에는 좌석 위치(스크린과 나와의 거리, 높이, 방향 차이)에 따라서 효과를 느끼는 정도가 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크린 앞쪽 중앙 좌석을 추천하는 편이다. 극장 상영관마다 설계도 달라서 스크린과 나와의 눈높이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코돌비관에서는 G열 중앙, 새로 리뉴얼한 슈퍼플렉스관(21관)에서는 G열(스위트 리클라이너좌석) 사이드, 용아맥에서는 C열 중앙에서 영화를 봤다. 개봉 첫날 3개관에서의 비교를 누구보다 먼저 하고 싶었는데 예매가 쉽지 않았고… 이젠 나이가 드니 하루에 3시간 넘는 영화를 두번이나 본다는 게 너무 피곤… 


하지만 <아바타: 물의 길>은 현존 최고의 영상 퀄리티를 경험할 수 있는 세기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3개관의 서비스를 모두 즐기는 걸 추천한다. 

결론적으로 어디가 더 낫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개성이 너무 뚜렷하고 효과도 차이가 크기 땜에…대신 각각의 특징에 따라서 순위를 매겨봤다.



3D            =  슈퍼G > 코돌비 용아맥 

HDR, HFR =  코돌비 > 슈퍼G > 용아맥

화면비       =  용아맥 > 슈퍼G > 코돌비

음향          =  코돌비 > 용아맥 > 슈퍼G



이유는 다음과 같다:



3D = 슈퍼G > 코돌비 > 용아맥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에서 <아바타> 3D를 처음 본지 무려 13년이나 흘렀다. 처음엔 멀미도 심하게 느꼈고 무엇보다 안경 때문에 밝기가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게 너무 불만이었다. 하지만 단점을 상쇄시키는 재미가 늘 있었지. <드래곤 길들이기><휴고><그래비티> 같은 영화들은 3D 재상영하면 지금도 당장 가서 볼 영화들의 목록이다. ㅎㅎ 이젠 상영관마다 프로젝터 스펙이 워낙 좋아졌고, 롯데시네마는 LED 스크린도 도입됐기 때문에 3개관 모두 3D 효과를 보다 ‘밝고 뚜렷하게’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사실 <아바타: 물의 길>도 아이맥스와 돌비 3D 효과 중 어디가 더 낫고 나쁘고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


<아바타: 물의 길>은 3D 설계의 정교한 수준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관객의 눈 앞까지 사물을 튀어나와 보이게 하는 기교를 넘어서 사람의 눈으로 현실을 볼 때의 풍부한 레이어, 깊이감을 재현하는데 주력한다. 눈 앞으로 쏟아지는 총탄이나 수중 생물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거울이나 유리에 비치는 모습, (쿼리치 대령의 리콤이 우주선 창 너머로 우주를 볼 때 비치는 우주선 내부의 깊이감이나 잠수정 콕핏에서 바다를 볼 때 유리 때문에 굴절되어 보이는 것까지도 구현하는 미친 섬세함… ㄷㄷㄷ) 시야를 따갑게 때리는 빛이나 렌즈 플레어의 표현, 인물 뒤로 펼쳐지는 풍경의 원근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1편의 3D 효과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쿼리치 대령이 처음 등장해서 대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 연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기억하실 거다. 1편의 커리치 대령 연설 장면 3D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얼마나 길게 늘어서 있는지, 깊이’만’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되어 있었다면, 이번 2편쿼리치 대령의 리콤의 스피치 장면은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질감까지도 3D 효과를 주려고 인물 배치, 카메라의 위치가 디자인되어 있다. 기술이 발전했고 표현할 수 있는 한계선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자랑(!) 연출이다. ㅎㅎ


새로 리뉴얼한 슈퍼플렉스G관은 (다른 국내 일반 상영관에 비해)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와 가벼운 3D 안경, 편안하고 방향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리클라이너 좌석 덕분에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관보다 상대적으로 더 쾌적한 수준의 3D 경험을 선사한다. 스크린과 나 사이의 각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네 ㅎㅎ


영화에서 기본 세팅된 자막 위치도 13년 전과 비교해보면 이젠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수준. (자막이 그림자처럼 겹쳐 보이는 경험, 다들 있으시죠? 좌석 위치에 따라 그럽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자막이 보이는 각도도 (아이맥스관용 자막) 신경 써서 보여주길래 깜짝 놀랐다. 다만 여전히 3D 안경의 불편함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안경에 안경을 겹쳐 써야 하는 눈 나쁜 사람들에겐 더더욱… 용산 아이맥스관은 스크린 크기 때문에 지금의 두껍고 무거운 테를 가진 3D 안경이 시야각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 앞 좌석으로 갈 경우 더욱 심해짐. 개인적으로 C열은 3D 효과를 느끼기 최적의 위치임에도 스크린 사이드에 왜곡이 생긴다. (쿼리치 깨어나는 장면에서 부하 대원이 내려다보는 장면 있죠? 그 장면에서 부하 리콤과 C열의 나와 시선이 기가 막히게 일치함 ㅎㅎ) 아무튼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본 결과, 3개관 중에서 용아맥 순위가 제일 낮음…



HDR, HFR = 코돌비 슈퍼G > 용아맥


<아바타: 물의 길>을 여러 상영관에서 보니 HDR과 HFR은 3D 영화에 있어서는 결국 같이 손잡고 가야 하는 기술이라고 체감했다. 해상도와 선명도, 그러니까 색 표현의 디테일이나 어두운 정도 등 제작진이 의도한 그대로를 보려면 상영관 스펙이 받쳐줘야 하는데 국내에서 이를 가장 원본에 근접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역시 돌비시네마관이었다. 색감 차이가 너무 분명해서 막눈인 내가 봐도 돌비시네마관이 넘사벽입니다. ㅎㅎ 내가 느낀 돌비시네마관과 아이맥스관의 색감 차이는 화질하고도 연관이 있을 테니까 뭉뚱그려서 비교해보자면 돌비관이 더욱 화려해 보이고 아이맥스관은 상대적으로 흐릿해 보인다. 코돌비와 슈퍼플렉스 G관은 사실 차이가 느껴진다고 하기는 뭐한 수준인데 밝기 차이가 좀 느껴졌다. 3D 안경에 따른 손실률은 3개 상영관 모두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서울에서 이 정도만 해도 그게 어디인가. 13년 전과 비교하면 관람료 올라간 보람(?)이 있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아무튼 4K와 HFR이 조화를 이뤄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수중 생물에게 로아크가 쫓기는 장면에서 로아크가 산호초 코너에 몰리기까지 긴장감 넘치게 연출된 액션신을 비교해보면, 아이맥스관에서는 상대적으로 돌비관에서보다 긴장감이 덜 느껴진다. HFR은 잘 쓰이면 액션의 생동감을 부드럽게 보여주기 위한 기술일 뿐만 아니라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한 편의 영화에서 프레임 변화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48프레임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 다음에 오는 24프레임의 장면은 전혀 잘못 찍힌 게 아닌 데도 동작이 툭툭 끊기거나 밀려 보이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는 그래픽 처리 성능에 따른 저더 현상이나 사진에서의 블러링 처럼 보이기도 한다. 48프레임만을 고수하지 않은 어쩔 수 없는 부수효과로, 액션 시퀀스 전체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장면마다 HFR 변화를 줘야겠다고 판단한 근거를 물어보고 싶었을 텐데 아마도 이 부분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서 각종 컨퍼런스와 행사장에서 말씀하시지 않을까. ㅎㅎ




화면비 = 용아맥 슈퍼G > 코돌비


원래 영화는 1.85:1 비율로 찍은 영화인데 코돌비관이나 슈퍼플렉스G관은 스코프관이라서 2.39:1 비율로 상영한다. 개봉날 사람들이 저 멀리 남양주 돌비시네마관까지 달려갔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 부분에서는 그냥 아이맥스가 넘사벽이다. 압도적인 몰입감. 아이맥스관은 이걸로 먹고 들어가는 관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코돌비관과 슈퍼플렉스G관을 비교하면, 뭐 기본적인 사이즈 자체가 다른 슈퍼플렉스G관이 더 나은 선택이다. 스크린 크기가 클수록 영사기 스펙이 좋아져야 하는데 두 상영관 퀄리티가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것 같다. 



음향 = 코돌비 > 용아맥 > 슈퍼플렉스G


코돌비관의 음향 설계가 워낙 좋기 때문에 아이맥스관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코돌비관은 중앙 좌석에서 보든 사이드에서 보든 어떤 좌석에서도 웅장한 음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선택이다. 슈퍼플렉스G관의 사운드가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상대적인 비교일 뿐, 리뉴얼한 슈퍼플렉스G관의 사운드도 좋은 수준이다. 이전에 슈퍼플렉스G관에서는 사운드 울림이 심했다. 스크린과 좌석 사이 설계 때문인지 뭔지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하울링이 너무 심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단점을 모두 고쳤다. 


<아바타: 물의 길>의 음향 효과는 서스펜스 구축에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물론 많은 영화가 그렇기도 하다. 이 영화만의 특징은 아니다.) 극장마다 상이한 음향 시스템이 커버하지 못하는 장면도 있다. 어떤 상영관에서 볼지 선택하기에 앞서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디에서 봐야 할까요?


상영관별로 총 4개 부문을 나눠서 나름 평가를 해봤는데 극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현대인에겐 너무 피곤하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서 특정관을 강추하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한 곳을 골라야 한다면,

못 고르겠다. ㅋㅋ 3개 상영관에서 모두 영화를 보기 전에는 3D, HDR-HFR, 화면비, 음향 중 2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을 강추하곤 했다. 그런데 상영관별로 개성이 너무 뚜렷하니까 한 곳만 추천하기가 참 어렵다. 아이맥스의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 돌비시네마관의 섬세하고 파워풀한 사운드와 풍부한 색감 구현이 결합된 상영관을 찾는 게 베스트일텐데 국내엔 그런 곳이 없으니까... 결국 여기저기서 N차 관람을 한 뒤에 머릿 속에서 경험을 뒤섞는 게 유일한 방법...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 추가 ---

이 글을 쓴 후 지난 며칠 동안 국내 상영관 정보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지난 목요일 용아맥에서 영화를 볼 때는 4K가 아닌 2K HFR 상영이었다. 몇몇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쥐합한 결과, 현재 CGV 아이맥스관에서도 4K HFR 상영을 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개봉 이후 영사기 업그레이드를 한 것인지?? 

만약 아이맥스관에서도 4K HFR 상영을 무리없이 하는 곳이 있다면 그 상영관에서의 관람도 돌비시네마관에 비해 결코 뒤처지는 건 아니다. 그 때부턴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 되는 것...


압구정 CGV 아이맥스관이 스크린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평을 듣고 추가로 예매했다. HFR 기술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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