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들
짧은 일정으로 인해 오클랜드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곳은 바닷가의 윈야드 쿼터(Wynyard Quarter)와 파넬 지역이다. 윈야드 쿼터는 오클랜드 번화가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고, 파넬은 중심가와 가까운 주거 지역으로 관광 책자를 찾아보면 거리를 따라 쭉 늘어선 음식점 등으로 유명한 카페 거리가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공원과 함께 조성된 윈야드 쿼터에서는 그야 말로 요트의 천국인 오클랜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바닷가의 요트 정박지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개인 요트의 물결은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광경으로 보기만 해도 상당히 흥미롭다. 페리 터미널 근처이기도 해서 관광객을 가득 실은 다양한 규모의 페리가 출발과 도착을 반복하기도 하고 가끔 울려주는 경적 소리가 재미있게 들리는 곳이다.
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높은 배가 지날 때를 대비해 바다 가운데 길을 내주는 접는 다리가 보인다. 경고음이 울리면 다리가 접히는 때이므로 후딱 다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바다와 요트, 잘 조성된 거리가 어우러지는 이곳은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다. 한가롭게 가족과 거니는 사람들부터 오클랜드를 찾은 관광객까지 북적이는 곳으로 생기 있는 오클랜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파는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도 많고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 등도 잘 갖춰져 있다.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 규모가 제법 커보이는 씨푸드 마켓도 있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부터 익숙한 해산물까지 취급하는 종류가 다양했다. 주말이라 상점 절반 정도는 문을 닫아 북적이는 모습은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해산물을 쇼핑하는 주민들은 심심찬헤 눈에 띠였다.
파넬은 시티를 순환하는 링크 버스를 타면 10여 분 정도 걸리는 중심가 바로 옆의 주거 지역으로,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거리도 구경할 겸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시내에서 파넬로 가는 길에 오클랜드 대학의 도서관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연히도 다음날은 오클랜드 대학의 졸업식이었는데,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즐거운 표정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클랜드에서는 진짜 졸업이란 행사를 축제처럼 즐기는 것 같았다. 새출발을 다짐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서 만나도 보기 좋다.
파넬의 카페 거리로 소개된 거리는 우리나라의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등을 상상하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한적한 거리를 따라 드문드문 카페, 레스토랑 등이 위치해 있으나 뉴질랜드 자체가 어딜가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찾기 어려운 곳이라 곳이고 주말이라 문을 닫은 상점 등도 많아 거리의 활기를 느끼긴 어려웠다.
한참 걷다 찾아간 곳은 파넬 지역의 도서관이다. 예전에는 도서관 뒤쪽으로 한동안 수업을 들었던 어학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만 남아 있고 다른 상호로 바뀌었다. 10여 년 세월에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궁금했던 곳이었는데, 건물은 좀더 확장한 듯했으나 도서관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고 주말반 문화 강연 같은 것이 진행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잠시나마 당시 추억에 빠져들 수 있었다.
파넬에서 시티 반대편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뉴마켓이다. 처음 뉴질랜드에 왔을 때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영화관이 있던 건물이나 중심가에 있던 패스트 푸드점 등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오히려 낯설게 확장된 오클랜드 시내보다 변화가 덜해 보였다. 거리를 걷고 배고플 때 한번씩 찾았던 리알토 쇼핑몰 식당가까지 돌아보다가 자주 갔던 레스토랑이 아직 거기에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도 장소도 바뀌지만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새삼스럽게 그 사실이 반가웠던 오클랜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