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o on a tri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운 May 23. 2017

오클랜드의 베드앤드블랙퍼스트

B&B, 어울림의 매력을 품은 곳

10여 년 전에 살았던 곳을 찾아간다는 건 조금 설레는 일이다. 더구나 지구 반대편 남반구의 작은 도시아니던가. 사실 기억 속의 오클랜드는 북적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내에서 동네로 돌아가려면 한 시간에 몇 대 다니지 않던 버스를 기다려 타야 했고, 저녁 6시가 넘으면 문 연 가게를 찾아보기 어렵던 곳. "한가롭고 여유로운"이란 수식어와 함께 기억되던 곳이었다.

하버브릿지를 건너며 바라본 오클랜드 시내. 랜드마크인 스카이 타워.

10여 년만에 다시 찾은 오클랜드는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역시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기간이 흐른 게 맞나보다. 도시 곳곳에서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전에 없던 지하철 공사를 하고 있단다. 버스나 택시 외엔 교통수단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철 같은 것도 생겼다! 스카이 타워 근처에는 공영 방송국이 들어왔다. 도시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건데, 도로만 해도 차가 엄청 늘었다. 최근에는 늘어난 차량과 막히는 도로가 도시의 문제 중 하나라고 한다.

브리토마트 트랜스퍼 센터 부근. 10여 년 전에 비하면 차도 많고 높은 건물도 많이 생겼다. 

10여 년 전 내가 알던 오클랜드를 찾아가는 여행을 앞두고 이 도시의 하루는 B&B, 즉 베드앤드블랙퍼스트(Bed and Breakfast)에서 머물기로 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B&B 간판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어떤 형태의 숙소인지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말 그대로 침대와 아침을 제공한다는 건데, 뉴질랜드의 다른 도시에 비해 오클랜드는 숙박비가 싸지 않은 편이라서 아침이 포함된 B&B나 호텔 가격이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거리 곳곳에 빌딩, 지하철 등 공사현장이 많다. 오클랜드는 확장 중.

B&B의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어울림"인 듯하다. 오클랜드에서 하루는 B&B, 즉 베드앤드블랙퍼스트(Bed and Breakfast)에서 머물기로 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B&B 간판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어떤 형태의 숙소인지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말 그대로 침대와 아침을 제공한다는 건데, 뉴질랜드의 다른 도시에 비해 오클랜드는 숙박비가 싸지 않은 편이라서 아침이 포함된 B&B나 호텔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해가 잘 드는 숙소의 식당. 한 테이블에 오붓하게 둘러 앉아 투숙객끼리 아침 식사를 한다.

열쇠 받아 숙소로 올라가는 호텔과 달리 주인 내외(내가 간 곳은 친절한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나 투숙객과 오다가다 인사도 나누고 이야기할 기회도 많다. 세계 어디를 가나 외국인에게 살가운 젊은이를 찾기는쉽지 읺은데,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누구에게나 수다를 들려준다. 이방인에게는 고마운 태도다. 여유로움에서 비롯한 세상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뉴질랜드에서도 여행지에서 말을 걸거나 도와줄까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중년분들이다.

빵과 시리얼, 요구르트, 과일 샐러드는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는다.

B&B에서 만난 옆방의 투숙객은 해밀턴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오클랜드에 놀러온 부부였는데, 아침식사 자리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나에게 오클랜드에서 재밌게 본 것, 가본 곳 등을 공유해주었다. 먼저 말을 걸고, 웃어주고, 다른이의 일상에 관심을 보인다는 게 쉬워보이지만 정말 대단한 거다. 다행히 여행지에서 오가다 만났던 수많은 친절한 뉴질랜드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이날 가장 감사했던 건 아침식사 후 부랴부랴 버스 터미널에 가야 하는 일정 이야길 들은 주인 아저씨가 손수 차를 몰아 터미널까지 바래다준 일이다. 어쩌면 다시 볼 일 없는 여행객에게 진심으로 대해주었고 이런 친절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계란후라이, 스크램블 등 계란은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되어 베이컨, 버섯과 함께 나왔다. 

B&B와 비슷한 숙소는 호스텔이나 백패커스 정도일 것 같은데, 이런 류의 숙소는 확실히 연령대의 제한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다. 일단 나이를 먹고 떠나는 여행에서는 숙소가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무시할 수 없다. 여행의 재미도 일단 쉴 때는 확실히 쉬고 놀 때는 확실히 노는 데서 나오지 않겠는가. 북적거리는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재미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지만 몸을 놓을 수 있는 포근한 내 방 안의 침대와 맛있는 아침식사가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B&B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