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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운 May 20. 2017

뉴질랜드 역사의 중심지 러셀과 와이탕이

변덕스러운 뉴질랜드 북섬의 날씨

뉴질랜드 북섬의 북쪽인 베이오브아일랜드 지역에 속하는 파이히아와 러셀. 파이히아에서 러셀은 차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0분만에 건너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페리 요금은 왕복 12달러.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조금 흔들렸는데 먼 거리는 아니라 아주 긴장할 정도는 아니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덕분인지 배 안은 한산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배의 크루분들도 어디에서 왔냐, 휴가냐 등을 물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파이히아와 러셀을 오가는 페리 안에서 바라본 해안가

러셀은 뉴질랜드의 초기 수도였던 지역이라지만 한눈에 봐도 굉장히 아담한 곳이다. 방문했던 날엔 비도 오고,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러셀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플래그스태프힐에 올라가기로 했다. 산책 코스처럼 올라가는 길이 두어 갈래로 나뉘어 있어서 원하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선착장에서부터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플래그스태프힐 정상이다.

올라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키위 관련 안내판이 나타나는데, 날지 못하는 새로 멸종 위기인 뉴질랜드의 상징과 같은 새다. 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고 부르는 건 이 새 때문으로, 곳곳을 다니다보면 "이곳은 키위 새의 서식지이니 반려 동물은 출입할 수 없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키위새인 줄 알고 흥분했던 새이나 사실 키위새는 부리가 훨씬 길고 발톱이 날카롭다. 

워낙 야행성인 새라 실제 언덕을 오르는 동안은 만나지 못했고 대신 키위처럼 날지 않고 걸어다니며 빗속에서 유유히 돌아다니는 다른 새 몇 마리를 만나긴 했다. 워낙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걸 보면 그동안 사람들이 해코지 같은 걸 하지 않았나 보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아는 것 같다.

퐁팔리에 앞의 해안가

러셀에는 퐁팔리에라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카톨릭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간 날은 아쉽게도 공사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작은 박물관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공사 중으로 출입이 제한된 퐁팔리에 건물

이날은 하루종일 날이 흐렸는데, 러셀에서 돌아온 후 파이히아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리는 와이탕이에 갔다. 뉴질랜드 마오리족과 유럽인들 사이에서 조약을 맺었다는 조약 기념관, 더트리티 하우스(The Treaty House)가 와이탕이에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의미있는 지역이라 볼거리도 많은 곳인데 정보 부족으로 마지막 투어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관람 코스가 길기 때문에 오후 3시 이후에는 입장이 안 된다고 한다. 

더트리티 하우스 입구

주변 경관만 열심히 보다가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 만났다. 이 날 맞은 비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해안가라 사방이 뚫려 있고 바람도 어마어마하게 세다. 우산은 바람에 뒤집어지고 들고 걷기도 어려울 정도라서 아예 접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비가 어찌나 세게 내리는지 주변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비를 맞으며 파이히아로 돌아가는 나무 다리를 건널 땐 어찌나 불안불안하던지. 나무 다리라도 보도 옆을 지나는 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파이히아에서 와이탕이까지 가려먼 바다 위에 놓인 이 나무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더 기가막힌 건 이렇게 비맞고 30분 걷고 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는 것. 해가 쨍쨍난 건 아니지만 비가 잦아들더니 언제 내렸나 싶게 개어버렸다. 날뿐 아니라 여행 내내 비슷한 경험이 많았다. 비가 내리다 그쳤다, 맑았다 흐렸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비가 쏟아지는 타이밍은 잠시 실내에 들어가 쉬고 그칠쯤 다시 다와 다녔는데, 동남아 지역의 스콜을 연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지역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상세 지도를 무료로 제공한다. 여행 책자보다 훨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는 이렇게 변덕스런 날씨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듯하다. 다음 번 여행 때는 방수가 되는 겉옷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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