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로토루아, 웰링턴 공항 이용기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의 세 배 정도 크기라서 아주 촘촘하게 여행 경로를 짜지 않는 한 버스로만 전 도시를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나는 로토루아에서 웰링턴에 갈 때와 웰링턴에서 오클랜드를 갈 때 국내선을 이용했는데, 각 도시 간 거리가 멀고 가까운 것에 비해 이동 시간은 한 시간 남짓으로 비슷했다(탑승객이 적은 비행기는 더 소형이라서 속도에도 차이가 있는 듯).
로토루아에서 웰링턴으로 이동할 때는 50인 미만이 탑승하는 매우 작은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양편에 좌석이 두 개씩 총 4열로 배치되어 있었다. 저가 항공 포함해 이제까지 타본 비행기 중에 가장 작은 크기. 이곳 사람들은 웰링턴을 '바람의 도시'라고 부르는데, 바람의 도시 웰링턴행답게 비행기가 공중에서 엄청 흔들려서 좌불안석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나와 달리 대부분의 승객이나 승무원은 흔들리는 비행기에서도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고 스낵을 먹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선 비행 노선이 잘 발달했다고 하니 뉴질랜드 사람들은 작은 비행기로도 자주 이동하고 흔들림도 익숙한가 보다.
웰링턴에서 오클랜드로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처음으로 셀프 체크인을 해보게 되었다. 기계를 이용해 발권하는 건 여러 번 해보았지만 화물로 보내는 짐의 태그까지 스스로 직접 달아서 트레일러에 올려놓기는 처음이었다. 갑자기 들었던 생각이지만 지구촌 어디나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있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셀프 체크인 기계에서 여권을 스캔한 후 비행기 예약 번호를 입력하면 앉을 좌석을 고르거나 화물로 보낼 짐의 개수를 입력할 수 있다. 참고로 국제선의 경우에는 여권 스캔 후 예약번호 입력 절차 없이 바로 좌석을 고르는 화면으로 넘어간다. 나는 에어 뉴질랜드를 이용했는데 화물로 보내는 짐은 23kg, 기내용 캐리어는 7kg을 넘어서는 안 된다.
짧은 거리를 오가는 국내선 비행기인 것을 감안하면 기내 서비스는 나름 괜찮은 편이다.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 커피, 소다 등의 음료수가 나오고 쿠키나 크래커, 카라멜처럼 생긴 퍼지, 사탕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뉴질랜드 국내선의 독특한 점은 승객들의 대기석에서 비행기 활주로가 그대로 다 보인다는 점이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대기석 뒤로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승객이나 활주로를 이동하고 날아오르는 비행기가 고스란히 다 보인다. 실제 비행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구경하긴 처음인 듯.
참고로 오클랜드의 경우 국내선 도착 터미널과 국제선 출발 터미널이 다르다. 연계 항공편을 예약하지 않고 나처럼 국내선, 국제선을 따로 예매한 경우라면 국내선에서 화물을 찾아 국제선까지 따로 이동해야 한다. 터미널 사이는 걸어서 10여 분 정도인데 무거운 짐을 들고 막상 걸으려면 조금 멀게 느껴질 만한 거리다. 무료 셔틀도 운행하니 적당한 방법을 골라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