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혼자 한다

사랑엔 중고가 없다

사랑은 혼자 한다

그와 그대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대가 하는 것과

그가 하는 것,

둘 사이의 사랑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다

'나'로 태어나

'나의 사랑'을 하는 그대는

그대의 사랑으로
그의 사랑을 읽고, 그는

그의 사랑으로

그대의 사랑을 읽을 테다

사랑이 하나라는

그대의 착각 덕분에

마약과 같은 달콤함이

그대의 가슴에 똬리를 튼다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면,

풀어서 말해,

서로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대가 그를 사랑하는 한

헤어짐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영원이니,

삶이 다할 때까지라는

다짐은 아무 데도 쓸데없다

아마도 혼자 하는 사랑임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 아닐 텐가?

그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건지도 모르는

그의 사랑이 아니라

혼자 하는 그대 자신의 사랑뿐이다

그대의 삶이 가진 인연을

홀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거기 있다

이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대 자신의 사랑으로

그대의 삶이 괜히 피곤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