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십니까?

by 신쌤


저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저는 취업상담 일을 한 지 올해로 10년 차입니다. 이런 제가 자부심을 느끼기는 커녕,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니 이상하지요. 다른 일도 아니고, '직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 일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같은 일을 10년 동안 해올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처음 선택한 직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첫 직장에서의 1년은 허둥지둥 대다가 지나갔고, 휘몰아치는 일더미를 치우자 경력이 생겼습니다. 그다음, 다다음 일자리도 그 경력 덕분에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입사는 다시 퇴사로 이어졌습니다. '과연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일까?', '너무 힘든데 다른 일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안고 퇴사했지만, 다른 분야로의 이동은 쉽지 않았고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몇 번이고 주저앉았습니다. 입사와 퇴사를 여러 번 반복하며 마지못해 일을 해왔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10년의 경력, 8장의 명함, 1장으로는 끝나지 않는 이력서 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취업상담을 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경력조차 주도적으로 운영하지 못할까?', '자기 적성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 상담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일터에서 이런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하고 더 잘하려고 애썼습니다. 그와중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 걸까?', '나는 왜 유명 강사들처럼, 자기계발서에 나온 사람들처럼 확신이 없는 걸까?' 하지만 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께 조언을 구해봤습니다. 하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온전히 제 문제였습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기에, 답은 스스로 찾아야 했습니다. 진로와 관련된 책과 논문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나를 찾겠다며 불쑥 떠나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목공소에서 가구를 만들고, 어느 날은 가판을 열어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답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서른 중반이 되었고, 사회와 가정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제발 한곳에 안착하기를, 더 이상 요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존경했고, 그리 살고 싶었습니다. 나도 노력한다면 꾸준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입사를 준비하며 가게 된 면접장에서 정말이지 탈탈 털렸습니다. '해당 직무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에 대해서 말씀해보세요.'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해왔던 필수 예상 질문이었고, 면접 때마다 거뜬히 답해왔지만, 이번에는 웬일인지 횡설수설 궤변만 늘어놨습니다. 저만의 직업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일해 온 시간이 모두 까발려진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읽고, 듣고, 봤고, 그래서 확신에 찬 듯 말해왔던 것들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써 모른 척 해왔을 뿐이었습니다. 안일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을 얻을 수도,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오기가 생겼습니다. 안주도 회피도 아닌, 정면돌파가 필요했습니다.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리하고, 무수히 흩어져있는 조각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일에 대한 만족감과 확신을 끝내 얻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실패담 하나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도 생겼습니다. 학생들 앞에서도 당당해지고 싶었습니다. 일에 대한 만족감 없이 괴로워도 버텨야 한다는 뻔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했습니다. 일이 무엇인지, 만족감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일에서 만족감을 꼭 느껴야만 하는 것인지. 그 실체를 분명히 알고 싶었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이미 충분하며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푸념과 반성이 아니라 문제를 향한 직면을 해보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에만 머물며 스스로 위안삼기 보다는, 다 쓰고 난 이후의 삶으로 나아가길 원합니다.



앞으로 제가 쓰게 될 글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성공보다 실패에 가까운,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출근도 퇴사도(학생분이시라면, 전과나 자퇴도) 답이 아닌 것 같은 이들이 있으시다면,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필요한 답을 나누어 갖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