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빛으로 사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얼마 전 16년 지기 친구의 생일이었다. 매년 봄이면 봄에 태어난 그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봄을 만끽하곤 했는데, 결혼을 하고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이사 온 터라 만남은 가지지 못해 며칠간 퍽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달랠 겸 의미 있는 선물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싶어 고민 끝에 책 선물을 떠올렸다.
사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할 때면 책 선물은 피하는 편이었다. 예전에는 책 선물을 종종했던 것 같은데 책을 선물하는 것만큼 어려운 선물이 또 있나 싶어서 언제부턴가 멀리하게 된 선물이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든 것도 퍽 오랜만이었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려니 내 책장에 함께 할 책을 사는 것 마냥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쉽게 선물할 책을 고르질 못했다.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책들 중에서도 선뜻 이거다, 하고 마음이 가는 책이 없었다(물론 모두 나에게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한 좋은 책들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몇 시간을 고민하다, 나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신간에 눈길이 갔다. 책 선물을 할 때면 꼭 내가 먼저 읽어 봤던 책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왔던 터라 많은 고민이 되었지만, 친구의 생일에 맞추어 선물을 보내고 싶어 몇 장을 미리 훑어 읽고는 친구의 집 주소를 적어 책을 보냈다.
이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한 건 꼬박 10여 년 만이었다. 예전처럼 자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기에는 나와 친구는 모두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또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정든 동네를 떠난 지도 일 년의 시간이 다 되어갔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시간이 날 때면 통화로 아쉬움을 달래며 근황을 나누곤 했는데, 유독 그 친구에게 쫑알거리며 잔소리했던 나는, 어쩌면 긴 대화를 하지 못하는 물리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책 한 권을 통해 잔소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은 낯 간지러워 못한 그 친구의 어려움에 위로를 건네주고픈 마음이었지만. 그렇게 친구에게 선물하고는 나도 근처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빌려 읽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문애란 작가님의 <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라는 책이다.
입사 사 년 차인 내 친구는 종종 회사일로 힘들어하곤 했다. 나 역시 결혼을 하고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요즈음에도 때때로 근무하던 때 어려웠던 순간들이 꿈에 나오곤 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희미해져 가는 비전에 관한 문제였던 듯도 싶다. 그런 나에게, 그리고 회사 일로 힘든 내 친구에게 오랜 사회생활을 해온 인생의 선배로부터 조곤조곤 전해 듣는 이야기들은 큰 위로를 건넸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직업의 의미와 나에게 주신 비전에 대해 다시금 마주하여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 큰 도전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나에게 참 의미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내 친구도 힘들었던 시간들을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길, 그리고 오늘의 출근길이 조금은 더 가벼워졌기를 -
- 우리가 궁극적으로 받아야 할 평가는 주님의 평가다. 그분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 "잘했다"라고 칭찬해 주시면 충분하다. 이것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 단 하나의 청중인 주님께 초점을 맞추는 것.(55p)
-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를 지속적으로 해보는 것은 사랑을 배우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계속 다른 사람을 위해 움직이다 보면, 마음속에서 작은 기쁨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성령을 심어 놓으셨기 때문이다. 무조건 베푸는 것에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153p)
- 늦었다고 생각될 뿐이지 정말 늦은 때는 없다. 나이를 비롯한 모든 것들에 대해 앞서서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늦었다고 단정 짓기 전에 내가 진짜 누구인지를 알고,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내가 어떻게 살기 원하시는지 자유롭게 찾기 시작하면 확신이 생기고, 그러면 용기가 생긴다. 누구든 주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선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발견하고, 또 그것이 충분히 발휘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 주님께서 나의 인생을 붙들고 계신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야 한다. 늦은 나이란 없다. (21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