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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May 12. 2022

발 끝이 따뜻해지는 시간

발 끝이 전해주는 위로

  한 참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소망이가 강아지처럼 다리사이에 고개를 파고 묻는다. 발바닥 끝을 가만 만져보니 따뜻한 온기가 퍼져간다.


“우리 소망이, 졸리는구나?”


  파묻던 고개를 들고 가만 나를 쳐다보더니, 졸음 가득한 눈으로 배시시 웃는다.


  평소에는 차갑다고 느껴지던 발이 신기하게도 잠이 오기 시작하면 어느새 발끝부터 따뜻해져 온다. 발가락과 발바닥 사이 그 지점이 말이다. 그게 참 귀엽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서 한 손으로는 발가락 끝을 가만가만 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는 토닥토닥 잠을 재운다.


‘언제 이렇게 컸지…’


오늘은 가만히 만지던 발이 제법 크게 느껴져 괜히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하루 종일 소망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소망이를 가끔 보는 가족들이나 친척들과 달리 아이가 부쩍 컸음은 잘 느끼지 못한다. 그저 오늘처럼 잠이 드는 밤 가만히 발을 만지고 있을 때나 잠이 든 소망이의 손톱을 깎아줄 때, 작년 가을에 입었던 잠옷을 입혔는데 딱 맞을 때. 이런 순간순간들을 통해 소망이의 성장을 느낀다.


  우리 아가가 많이 컸구나 싶은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싶어 기특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또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불쑥 찾아든다.


  미안한 마음이 찾아들면 괜히 울적한 마음도 덩달아 따라오는데, 울적한 마음이 찾아드는 게 싫어서 잠이 들어 따뜻해진 소망이의 발에 킁킁 코를 파묻었다. 순도 백 프로의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소망이의 따뜻해진 발이 오늘도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다시금 마음 한편이 금세 따뜻한 온기로 채워진다.


소망이의 커진 발만큼이나 소망이가 전하는 위로도 한 뼘 더 커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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