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욕망보다 지치지 않는 삶
나는 늘 스스로 닿기 힘든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했을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질 수 없을 것만 같던 것들을 노력이나 노력에 운을 더해 손에 넣었을 때 그 순간에만 느껴지는
짜릿함은 중독성이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진학했고,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늘 장학금을 타는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공모전, 토론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빼곡히 나만의 경력들을 채워나갔다.
대학 시절의 끝에는 취업이 있었다. 가고 싶은 회사를 선택할 때도 모두가 가기 어렵다는 회사를 타깃으로 정했고 의외로 여름 인턴에 무난히 합격하며 그해 가을 취업까지 성공했다.
자신감이 정점을 찌르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신입 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의 자신감과 성취감은 조금씩 조금씩
하강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신입사원은 예전 대학 시절처럼 짧은 시간 내에 큰 성취감을 느끼기엔 어려운 구조였다.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들로 1-2년 일해서는 어떤 큰 성공을 이룬다거나 주목받는 사람이 될 순 없었다.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일상인 회사였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아웃풋을 내놓아야, 그리고 거기에 타고난 감각까지 있어야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지만 이 일을 '10년 20년 계속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사회인이 되며 대학생 때는 고려하지 않았던 ‘집안 배경’이라는 것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출발선이 너무나 달랐다. 아버지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로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지원도 받으며 자랐지만 이 세계에서의 ‘배경’이란 조금 다른 차원의 것들이었다.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의 25년은 조금씩 퇴색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공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가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구나.’
그런 마이너스 적인 생각들을 하며
나는 ‘노력’ 보다는 그런 걱정들을 ‘외면’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회사 생활을 지속하긴 했지만 예전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살지는 못했다. 적당히 타협했고 쉬운 길이 있으면 쉬운 길로 갈 수 있는 쪽을 택하며 더 높은 곳은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날들을 지나오며 이제 30대 후반이 된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두는 ‘나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누군가와 (특히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비교해서 더 잘살아야겠다, 잘되어야지 라는 생각은 나의 인생을 좀먹는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들에서 조금만 더 잘할 수 있다면,
조금씩만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부를 타고난 사람이든, 엄청난 미를 타고난 사람이든 결국 그것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끊임없는 노력은 필요하다.
한순간 불꽃처럼 빛나고, 그 후에 계속해서 내려가는 삶을 살기보다는 꾸준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늘 나를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노력들을 지속해야 하고 그 노력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내가 가진 것들을 넘어선 엄청난 성취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을 이루기 위해 무리한 노력과 시간, 체력을 써야 하는 일도 많은 생각을 한 후에 그 일에 in 할지 out 할지 결정을 내린다.
가야 할 길이 먼데, 순간 불타오르고 포기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오래 즐기며
나의 일과 인생을 가꾸어 나가고 싶다."
60대, 70대에도 일하며 와인 마시며 건강하고 귀여운 할머니로 살기 위해.
우리 무리하지 말고 가지고 태어난 것에서 조금씩만 더 잘해보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