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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아 Jul 19. 2016

문득, 내가 보고 싶을 때,

나를 다시 마주한 오늘에서야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나를 다시 마주했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는 무수한 과거의 나로부터 만들어 진다는 걸, 아주 잘 알면서 분리했다. 


그때의 나, 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고. 원하는 것도 다르고. 다른 곳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1년 전 오늘의 나, 2년 전 그리고 아주 행복했던 시절의 나 까지. 

너무 그때 의 내가 궁금하고 보고 싶고, 걱정되서 다시 마주했다. 


그런데. 지금 만큼 불행한 때는 없었던것 같다. 


뭐가 그리 바쁘고, 불안하고, 외롭고, 쓸쓸해서 가장 사랑 하는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던 걸까. 

오히려 그때의 나는 더 가난하고, 외롭고, 가진 것도 없고 우울하고 못생겼었는데. 


그때가 더 단단하고 통통튀고 행복하고 감성적이고 감정적이고 행복은 행복이다. 사랑은 사랑이다. 외로움은 외로움이다. 라고 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냅뒀다. 


나의 무수한 선택과 실패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너무 불쌍해서 이렇게는 못 두겠다. 내가 너무 아파보인다. 너무 불행해 보이고 더 외로워 보인다. 


내 사랑의 원천은 어디였을까. 내 행복함과 즐거움과 나 다움은 어디에서 왔다가 지금은 어디로 간 걸까. 


하고 싶은 것을 하던 나는 지금은 어디에 있나. 


내가 힘들때 마다 손 내밀어주던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어디서 뭘 먹고 얼마나 자랐는지. 


하고 싶은 말들을 너무 오랜시간 동안 못했다. 내 감정이 심정지 상태라서 나는 죽음을 선고했나보다. 


그 죽음을 받아들였나 보다. 너무 보고 싶다. 그때의 나와 그때의 당신. 그리고 우리가 같이 꾸던 아주 작은 꿈들. 


내일 따위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꾸었던 작고 말도 안되는 소박한 행복의 한 끼, 한 시간, 한 잔의 커피, 한번의 식사. 한 편의 영화. 34평짜리 집이 아니라 3평짜리 집이었어도 되었던 그 행복의 원천들. 


거창한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작은 떡뽁이 트럭이었어도 되었던 행복의 기준과 합리성들. 


1등급 호텔이 아닌 가까운 그냥 민박이었더라도 달콤했던 그 여행들. 수 많은 밤들. 


30살 여름, 나는 왜 이제야 그 알을 또 깨고 있는 건지. 


말도 못하고 나는 또 얼마나 나를 닫고, 닫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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