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발바닥은 복숭아의 연한 속살을 닮았다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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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고양이들은 대개가 겁이 많다. 잔뜩 겁을 집어먹고 도망갈 때면 어찌나 빠른지 다리가 여섯 개나 열 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날이 선선하고 가을이기에 고양이들도 눅눅한 어둠 속에만 있던 게 싫었던지 오늘은 고양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2차선 도로에 함부로 불법주차된 차들 사이로 고양이들이 휙휙 재빠르게 지나간다. 주차된 차 밑에 숨어 있다가도 사람들 발 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 용수철처럼 밖으로 튀어 나가는데 그걸 보는 사람들이 더 놀라 아연실색이다.
제법 속력이 붙은 덩치 큰 차가 도로를 지나가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고양이를 보고 도로가 파이도록 급정거를 하였다. 곧이어 운전자의 창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내 험상궂은 거친 말들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저놈의 고양이들 때문에 제명에 못 산다니까. 확 다 깔아뭉개 버릴라"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일상의 무한궤도. 삶의 인력에 이리저리 당겨지고 찢기고, 기계를 돌리는 모터 소음이 우리의 하루를 칭칭 감는다.
그러나 고양이는 오늘도 아랑곳 없이 벽을 뛰어넘고 사뿐사뿐 지붕 위를 걷는다. 한껏 치켜세운 꼬리로 바람의 길을 매만진다. 복숭아 속살처럼 순한 발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며 대지의 감정을 읽는다. 그뿐이다. 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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