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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Jan 30. 2023

소년만화를 보는 이유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

[소년만화]로 분류되는 만화들은 갈등의 고점과 등장인물의 성장점을 일치시킨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성장을 막던 모종의 원인을 극복하는 순간이 갈등이 해소되는 지점이 된다는 얘기다. 등장인물은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고 한층 달라진 -보통 대단히 멋있어진- 모습으로 역경을 이겨낸다. 성장을 테마로 하는 소년만화의 특징이다. 



이는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대단히 정석적인 전개 방식인데, 이런 전개에선 좋은 빌드업으로 서사를 쌓고 그걸 잘 터뜨리는 연출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 다른 말로 열혈이라 부르는 이 감각이 소년만화의 핵심이다. 이걸 얼마나 잘 그려내냐에 따라 독자가 받는 감동의 크기가 달라진다. 나는 이게 잘 만들어진 소년만화와 그렇지 않은 만화를 갈라내는 판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의 맛과 애니메이션의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감동의 폭발 지점만큼은 애니메이션의 힘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움직임과 사운드로 텐션을 갖고 놀면서 스토리의 힘을 증폭시킨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의 돌파 장면이 그랬다. 진짜ㅠ 너무 감동적이었음. 북산고의 다른 캐릭터도 포인트를 줬는데, 서사가 충분하진 않다보니 송태섭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영화 보러 가기 전에 만화를 다 보고 쌓여있는 서사를 알고 갔으면 각 인물들마다의 포인트도 좀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을텐데 그게 좀 아쉬웠다. 팬이었다면 아마 충분히 만족할 듯.



이 대목에서 아쉬운 게 하나 더 있는데, 슬램덩크가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거기서 나오는 수많은 명장면/명대사를 대부분 알고 있다는 거다. 근데 이걸...나는 대체로 짤로 알고 있다. 감동이 아니라 웃기는 무엇으로 인지하고 있단 얘기임. 감동을 짤에 빼앗겨서 조금 슬펐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재밌게 봤다. 특히 농구의 감각을 잘 살린 부분이 좋았음. 묵직하면서 탄력이 좋은 농구공 특유의 텐션으로 바닥에 튕겨서 손에 감길 때의 느낌이랄지, 공을 던지면 그 던지는 순간에 바로 골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미묘한 연출로 그 점을 살린 것도 정말 대단했다. 2020년대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란 정말 훌륭한 것이다. 농구 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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