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인생
#책만들다우는밤 에는 1인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이 주는 걱정과 기쁨이 담겨있다. 돌이켜보면 양적으론 반반인것도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걱정 쪽이다.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 인간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의 비율이 5:1정도 될 때 평범한 상태로 여긴다고 했다. 나쁜 일의 비중이 이걸 초과하면 ‘대체로 나쁘다’고 생각하게 된다더라. 그래서인지 책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표지처럼 새벽 어스름의 푸르스름한 우울감에 가깝다.
이 책은 혼자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다. 그저 저자 본인이 느꼈던 감정을 가급적 솔직하게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그래서 이 책은 출판사든 뭐든 자신이 좋아하는 무엇을 혼자의 힘으로 꾸려나가겠다고 ‘이미’ 결심한 사람들이 앞으로 자신의 마음이 부딪히게 될 감정들을 미리 살펴보고 싶을 때 보기에 좋은 책이다. 요새 중꺾마를 중간에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 부른다며? 그 말에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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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입장에서 읽을 땐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강단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정도는 마음을 먹어야 출판사를 하는구나. 나는 (출판사가 아니더라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수없이 되물어 봤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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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의 입장으로선 한장 한장 넘기는 게 살떨리는 일이었다. 숫자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나는 #그깟취미가절실해서 가 나온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너번씩 온라인에서의 반응을 최소 두달에서 석달간 체크했다. 읽은 분들은 대체로 좋게 봐 줬지만,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땡겨오진 못했다고 판단했다. @life_withdream 대표님은 성격 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겠으나, 나는 저자의 우울감을 책의 권수로 나눈만큼의 기여(?)가 있는 셈. 그래도 내 이야기는 재밌는 에피소드로 다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ㅋ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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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인데, 나는 꿈꾸는인생에서 책을 낸 건 얻어걸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편집과정에서 그걸 크게 느꼈다. 문장을 다듬는 대부분의 작업과정이 즐거웠었거든. 해서 책에 실린 편집자 관련 에피소드 하나는 공감이 잘 안 됐다. 이하는 책에서 맘에 들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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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책이 나오면 한동안은 거리나 카페, 식당, 그 외 어디에서든 표지 색상과 같은 색의 사물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는 거다. 아니, 그것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내 눈앞에 선다는 게 맞겠다. 그래서 내 세상은 노랑이었다가 분홍이 되고 다시 주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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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조언을 다 따르자면 결코 시작할 수 없었다.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부르마블에서 빌딩을 살 때도 이보다는 치밀하게 따져 보지 않을까 싶지만, 사람은 때로 모든 책임을 홀로 지는 일 앞에서 단순해지고 과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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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결과가 수반되지 않는 성실하고 정직한 과정의 누적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알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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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난 시간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는 것. 나의 최선은 시간을 이어 가며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책을 만든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