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 공간에는 거의 글을 안 썼다. 작년에 화르륵 태워내고 가뜩이나 쓰고 싶은 게 없는 마당인데 회사에서 뭘 간헐적으로 쓰다보니 쓰고 싶은 게 없어진 게 첫번째 이유, 그리고 이 서비스 이름을 '브런치스토리'로 바꿔놓으니까 뭔가 카카오스토리 같은 개구린 느낌이라 쓰기 싫어진 게 두번째 이유. 사실 이렇게 연말결산 같은 일기나 쓸 거면 네이버 블로그로 가는 게 맞는데, 이제 와서 옮기기 너무 버겁다. 연말결산 쓰는 것도 약간 관성인데... 핑계 대고 사진첩 한 번 뒤져보는 맛이 또 있지!
올해의 여행 : 후쿠오카-유후인-벳푸, 강릉 * 2, 속초
여유도 없고 피로감도 개쩌는 2023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행은 좋았다. 좋은 거 보고 맛있는 거 먹자고 굳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일 너무 좋고요~ 내년에도 가고 싶은 곳은 가 봐야겠음.
올해의 바깥 음식 : 강동원
지금은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집에서 가까운 식당임에도 갈 수 없어 슬픈 강동원...이 집 탕수육은 단연 탑
올해의 취미 : 요리
요새 배달음식 비싸기도 하고 질려서 요리 많이 했다. 너무 재밌어...! 기본적으로 레시피 보고 따라한다는 점에선 프라모델 만들기랑 유사하다. 만개의 레시피와 유튜브보고 따라하다보니 이제는 얼추 간을 잡을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긴 것 같음. 온라인 스승님들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올해의 내새끼 : 여전히 예쁨
밥그릇만 좀 덜 패면 안 되겠니...?
올해의 드라마 : 무빙
아주 달달하게 잘 탄 믹스커피 같은 K-의 맛...너무 좋고요... 왜 조인성, 조인성 하는지 잘 알았다
올해의 예능 : 싱어게인 3
우리나라에 노래 잘 하는 사람들 너무 많고...유튜브 클립으로만 보다가 보고 싶은 가수가 많아서 티빙가서 풀로 봤다. 경쟁할 수밖에 없는 경연 프로그램인데도 서로 감탄하고, 응원하는 모습들이 따뜻하고 좋았다. 출연자도, 심사위원들도 어쩌면 말을 그렇게 다정하게 하는걸까. 다정하게 말하는 능력 갖고 싶어졌음. 차마 한 명은 못 고르겠고 김수영 가수님, 소수빈 가수님 좋았다. 플레이리스트에 잔뜩 넣어둠. 앞으로 하시는 일 다 잘 되셨으면 좋겠다!
올해의 영화 : 가오갤 3
개같이 망해버린 MCU의 유일한 빛
올해의 웹툰 : 물위의우리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걸 가지고 세계를 구축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 너무 대단함
올해의 유튜브 : 육식맨
완성형 유튜버. 이분의 지인이 되고 싶다
올해의 책 : 스토리 : 흥행하는 글쓰기
픽션으로 한 발짝이라도 내딛고 싶어서 꾸역꾸역 읽었다. 많이 배우긴 했는데 실행을 어떻게 해볼까는 풀리지 않는 난제. 올해는 뭘 써보나 했더니 여기저기 부스러기만 흘렸을 뿐 뭔가 한 게 없다는 점은 반성.
올해의 명대사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바쿠고 가츠키
최종장에 진입한 바쿠고의 캐릭터 서사는 정말 역대급이다. 이 정도로 공들인 캐릭터 빌드업이 있었나? 싶음. 간지 터지게 등장해서 끝판왕급 빌런의 면전에 던진 "내가 라스트 보스다" 멘트는 어떤 역전의 쾌감을 극한으로 주는 대사였다. 삿된 말로 개지렸다고 봄.
올해의 장난감 : SMP 그레이트 마이트가인 퍼펙트 모드
어렸을 때부터 이거 진짜 갖고 싶었다. 실물 보니까 감개무량
올해의 게임 :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나는 게임을 잘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못했음. 잘하려면 일단 해야 하는데, 못 할 때 욕먹는 게 싫어서 그냥 안 해버리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이 게임도 작년까지 그렇게 했다. 올해는 욕먹더라도 '죄송합니다' 하면서 어떻게 꾸역꾸역 비벼봤더니 최종 컨텐츠도 나올 때마다 거의 바로바로 클리어했다. 겨우 게임 가지고 이런 종류의 성취감 느끼면 안 되는 것 같기는 한데...
올해의 플레이리스트 : 요아소비
일본어라 가사 모르고 듣는다... 그래도 좋음. 여러 곡 넣어놓고 듣는 중.
올해의 지름 : 농구공
중학생 땐 큰맘 먹고 사야 했던 농구공이라 그럴까? 이거 얼마 안 하는데 막상 사려니 좀 주저주저했다. 사놓고 짐만 될까 봐 그랬던 것 같고, 실제로도 그렇게 자주 갖고 놀진 않아서 신발장 안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긴 하지만ㅜ 코트에서 손에 감기는 느낌은 역시나 좋다.
올해의 회사 : 이거 맞아?
팀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풀타임 관리직으로 보낸 한 해였다. 여기저기 빈 틈을 메우는 3천원짜리 다이소 실리콘 같은 게 된 느낌이랄까? 개인으로 한 건 별로 없고 팀으로 한 건 그래도 꽤 있는 것 같긴 함. 회사에 관해선 할 말이 많지만 내뱉다 보면 현타만 맞을 게 분명하므로 삼킨다.
올해의 잘한일 1 : 집안일 정리
완전히 정리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도약에 가까운 아주 큰 한 발자국을 옮겼다고 볼 수 있겠다! 스트레스 상황을 어떻게 매니지 하느냐에 대해 고민했었던 계기가 됐음. 물론 힘든일은 가급적 없는게 제일 좋다.
올해의 잘한일 2 : 가족여행 브이로그 편집
여행 갈 때 작은 카메라 하나 들고 가서 브이로그 찍으면 좋다. 올해 가족여행 무려 4편으로 편집해서 줬더니 다들 좋아함. 편집 조금 귀찮지만 대충하면 된다. 추억은 영상으로 남기면 좋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