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모어의 첫 번째 제휴는 9월 11일에 이뤄졌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오늘이 10월 18일이니 딱 5주가 지났는데요. 지금까지 캐시모어의 제휴처는 60개 정도입니다. 고작 한 달 지났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오래 전 같은지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매장 대표님들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많이 모자랄테니 대표님들로부터 조언을 얻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저 상상한 것들이 실제 문제로 여겨질만한 것들인지 면을 맞대어 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이야기가 좋게 풀리면 제휴 이야기도 간혹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제품도 출시되지 않았을 시점이라 대표님들이 보기에는 ‘이 자식 뭐지?’ 싶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잡상인 같은 이상한 놈이 와서 없는 제품을 팔았으니까요. 첫 주와 둘째 주에는 각각 100회 정도 미팅을 요청하면 다섯 번 정도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숫자였습니다.
그 이후로 몇 주가 지나니 이번주에는 총 15개의 제휴가 이뤄졌습니다. 다음주 제 자신에게 부여한 제휴 목표는 20개입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보이니 다행이라고 느끼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대표님들이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직 파악이 안되었던 상태라 만남을 갖더라도 제휴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의 50%는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 3주차부터는 제휴 미팅을 가진 이후 제휴가 성사되지 않은 적은 아직 없습니다. 조금씩 핀포인트를 맞춰 나가며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터놓는 것이 반복되니 저도 조금씩 요령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제휴를 하러 돌아다니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에게 제휴는 파트너십의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엄청나게 반복되는 ‘고객 인터뷰’가 저에게는 훨씬 더 큰 가치인데요. 제휴를 하기 전부터 만나던 대표님들의 수를 생각하면 약 6주간 서울 전역의 70개 카페와 고객 인터뷰를 한 셈입니다. 실제 캐시모어를 사용하는 고객들과의 인터뷰는 제외한 순수하게 매장과 인터뷰한 숫자만 해당합니다. 여전히 매장 하나하나 대화 하나하나 잘 기억날 정도로 저에게는 특별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 시간들이 더 값지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카페를 비롯한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 문제점 등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캐시모어라는 서비스의 가치 제안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밖으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다보니 다른 업무에서 부족한 부분은 점점 많아집니다. 최근에 까먹고 있다 포스트박스에 가보니 한 손으로 못잡을 정도의 엄청난 우편물을 보고 놀라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당분간은, 꽤 오랜 시간 저는 직접 제 손으로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휴를 만들어 나갈 것 같습니다. 정말 얻은 것이 많고, 앞으로도 정말 얻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말할 수도 없는, 정의하기도 어려운 풋내기이긴 한데요. 그래도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 퇴근길이 아주 피곤하지만은 않습니다. 뭐든지 처음 못하더라도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 점점 나아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겠죠. 이걸 계속 반복할수록 언젠가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속으로는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속도가 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무식하게 한 2~3천개의 매장과 사장님을 만나면 저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