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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훈 Dec 27. 2019

2018년 썰리 회고

핵심 가치, 성장, 비즈니스, 그리고 앞으로에 대하여


2019.12.27

간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가 작성 중이던 회고 글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을 썼던게 2019년 1월이니, 그로부터 몇 주 뒤에 썰리 팀은 아주 갑작스럽게 해체되었죠.  


그래서 이 글은 이렇게 쓰다만 글이 되었고, 결국 발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시간도 흘렀고, 앞으로 이 글이 완성될 일은 없을 것 같아 개인 기록 차원에서 글을 업로드합니다. 




매해 지날수록 지나온 한해 한해가 소중합니다. 


그 중 2018년은 지나온 여러 해 중에서도 꽤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결혼'이라는 일상의 큰 변화도 있었고, '썰리'라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만들며 업무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썰리에 대해 회고하려고 합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그때그때를 기록해 둔 무언가는 많지 않더라고요. 2017년을 마무리할 때 분명 '내년에는 열심히 기록해야지' 다짐했던 게 기억납니다. 곱씹으니 이 다짐은 1도 이뤄지지 않았더군요. 나태한 제 자신에게 크게 놀랐습니다.


회개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연말연시 버프를 받아 지금이라도 2018년 한해 썰리라는 서비스의 성장과 그 과정을 기록해볼까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과 비슷할 수도, 또 어떤 부분에서는 레거시 미디어들과 비슷할 수도 있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새롭게 시작할 분과 지금 어딘가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분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핵심 가치'에 대하여


더 깊이 더 많이 고민했어야


처음 썰리를 기획할 당시, 기획의 중심에 두었던 것은 '밀레니얼의 뉴스 소비'였습니다. 그 소비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의 행태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죠.


변화를 고집한 건 아래의 가설 때문입니다.

1) 밀레니얼 세대의 뉴스 소비 경험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 해도 불친절한 경험이다. 
2) 대화형 포맷을 통한 콘텐트 소비는 밀레니얼의 읽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친근한 방식이다.


썰리는 이 가설을 실험하고 수정하며 지난 1년을 보내왔습니다. 최근 런칭한 어피티, 뉴닉 같은 서비스 또한 전달 방식은 다르지만 저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트나 채티 같은 대화형 콘텐트 서비스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점 또한 고무적입니다.


아쉬운 건 우리가 초기 가설을 잡고 기획을 올리는 과정에서 더 많이 논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가설이 틀렸기 때문에 아쉬워 하는 게 아닙니다. 더 단단하게 가설을 설정하고 온전히 독자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실상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서비스를 라이브한 이후의 운영단를 겪은 분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한번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에 올라타 그 방향을 바꿔 나가는 건 멈춰 있는 수레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이 듭니다. 수레가 굴러가기 전 방향을 잡고 계획을 철저히 하는 건 전혀 나쁠 게 없습니다.


뉴스퀘어를 창업하고 운영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핵심 가치와 초기 가설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치를 썩고 있자니 'User Centric Thinking'이 정말 쉬운 게 아니구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제 자신이 여전히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성장'에 대하여


만족할 만한, 그래서 더 욕심나는


운좋게도 썰리는 지난 1년 1개월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단순 순방문자 수나 페이지뷰가 늘었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시하는 지표인 충성독자 수와 그 외 질적 지표 또한 제법 탄탄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지표들이 앞으로 썰리가 더욱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입니다.


처음 어떠한 지표들을 설정하고 이것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많이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전략은 '썰리'라는 바구니에 최대한 많은 독자를 담는 것이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사실 뭐 전략이랄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 중에서 우리를 정말 사랑해주는 독자, 즉 충성독자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마이크로 타겟팅을 중심으로 하는 최근의 독자 개발 방식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입니다.


그럼에도 이 전략을 택한 이유는 썰리의 대화형 포맷의 차별성 때문입니다. 플랫폼은 성장을 위해 콘텐트를 갈구합니다. 그릇은 점차 기사와 영상으로 채워집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기에 썰리의 콘텐트는 한 눈에 봐도 좀 이상하죠. 대화형에, 재생도 되고, 짤도 많고, 말투도 가볍습니다. 그냥 눈길을 끄는 거죠. 별 내용 있는듯 하다가 없는듯 한데 그냥 쭉쭉 쉽게 잘 읽히긴 합니다.


썰리의 콘텐트가 다른 콘텐트와 비교했을 때 열독이나 체류 시간 측면에서 더욱 좋은 성과를 보이는 건 이 때문입니다. 플랫폼의 목표는 자신들의 업장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가능한 한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입니다. 썰리의 콘텐트는 이들의 목표에 제법 적합한 형태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처음 서비스를 오픈한 이후부터 썰리의 콘텐트를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최대한 많은 독자를 만나는 데 이만한 방법은 없었죠. 외부 채널을 통한 썰리의 콘텐트 노출량은 월 기준 50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00만 이상의 노출량을 확보하고 이 중 1% 이상의 독자를 썰리의 충성독자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비즈니스'에 대하여


뜻하지 않은 가능성을 본


2018년 한해 우리의 목표는 '자리매김'이었습니다. 큰 성장을 위해 열심히 뿌리는 내리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항상 도전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즐겁죠. 그 과정이 즐겁고 설렐 수 있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우연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 우리 팀이 만난 우연은 비즈니스에 있었습니다.


썰리를 기획하면서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네이티브 애드는 당연히 고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화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즐겁게 풀어준다면?


...




'앞으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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