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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 Apr 22. 2019

130년간 이어온 피터루거 스테이크, 맛의 비밀

뉴욕여행 중 놓칠 수 없는 뉴욕맛집

윌리엄스버그 피터루거 본점

스테이크 좋아하시죠?
뉴욕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들어보셨을 이름 - 피터루거 스테이크하우스. 다음 검색에서 뉴욕맛집 이라고 검색하면 항상 눈에 띄는 핵심 명소이자, 만약 미국에 수요미식회가 있었다면 '130년 전통의 노포' 라는 수식어로 소개되었을 뉴욕의 명물입니다.  


1887년 부터 130년 간 뉴욕 1등 스테이크 하우스의 자리를 고수한 비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피터루거의 '포터하우스'

피터루거의 대표 메뉴는 마블링이 많고 쫄깃한 채끝등심 '뉴욕 스트립'과 버터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안심 스테이크 '텐더로인'이 함께 붙어 있는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입니다. 국내에서는 T본 스테이크로도  알려진 부위인데, 포터하우스는 티본스테이크에 비해 안심살이 더 많이 붙어 있어서 "King of the T-Bones"라고도 불립니다. 사이즈도 훨씬 커서 테이블에 올려지면 고기 파티하는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습니다. 피터루거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는 최소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하며, 1인용을 선택하면 고기의 퀄리티가 달라집니다. 무조건 2인분 이상 포터하우스!

평범한 T본 스테이크

1. USDA 프라임 비프 + 가문의 비법  + 잘 다져진 네트워크


미국 농무부(USDA) 프라임 등급 소고기는 지방 함량 10~13% 정도의 어린 소를 도축하여 생산합니다. 전체 물량 중 2~3%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량으로 대부분 미국 내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비됩니다. 많은 레스토랑이 <USDA 프라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피터루거에서 사용하는 고기가 프라임 비프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이유는 ① 좋은 고기를 고르는 비법이 운영자 가족을 통해서만 전해져 오며 ② 그 날 들어온 좋은 고기는 피터루거 가족이 먼저 고를 수 있도록 식육업체들이 배려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2. 완벽한 컨디션에서의 드라이 에이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피터루거 매장 지하에는 저장고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 온도, 습도, 통풍까지 완벽하게 조절해가며 엄선된 고기를 약 28~30일간 건조 숙성(드라이에이징)하는데, 정확히 며칠인지는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고기의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미노산, 천연 MSG 성분인 글루타민산염(glutamate)이 맛의 비결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고기의 수분함량이 증발해 무게가  1/3까지도 줄어들기 때문에 최상등급의 고기만이 드라이에이징에 적합하며, 고기맛을 응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비법 - 브로일링과 정제버터, 소금
드라이에이징을 마친 고기는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용 사이즈로 잘라서 구울 준비를 합니다. 그릴 대신 브로일러를 사용하며, 애벌구이가 끝난 고기는 정제버터가 담긴 뜨거운 접시에 담아 다시 한 번 구워냅니다. 경험이 풍부한 웨이터들은 고기가 식기 전에 재빠르게 테이블로 스테이크를 가져와, 텐더로인과 스트립 한점씩을 앞접시에 놓고 육즙과 버터가 섞인 뜨거운 기름을 고기 위에 끼얹어줍니다.



4. 주문은 미디엄이나 미디엄 레어로!
피터루거 스테이크를 한 점 맛보면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양념은 버터와 소금이 전부입니다. 첫번째 조각을 음미하는 동안 뜨거운 접시 위의 고기는 조금씩 더 익어가기 때문에  굽기는 미디엄이나 미디엄레어로 주문해야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피터루거 스테이크 맛의 비결은 잘 키워낸 소고기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위를 최고의 기술로 숙성시켜 정성껏 구워내는 것. 결국 좋은 고기가 최고의 맛을 낸다는 의미겠죠. 유사한 업체가 많이 생겨난 현재도 여전히 피터루거가 부동의 뉴욕 1위 스테이크로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라임 비프를 사용하는 다른 스테이크하우스와 가격 차이도 크지 않으니, 뉴욕여행을 왔고 이왕 뉴욕 스테이크를 먹는다면, 어떻게든 예약을 해서 피터루거 스테이크하우스에 방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베이컨과 토마토/양파슬라이스, 특제소스와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2006년 뉴욕에 미슐랭 가이드가 도입되었을 때부터 계속 원스타를 받고 있으며,


30년 연속 자갓서베이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하우스 호칭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피터루거는 불친절하다?

간간이 들려오는 이런 불만은 미국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뉴욕의 미식 평가지 자갓서베이에 따르면, 피터루거는 "성미 고약한 웨이터(served by “cantankerous” career waiters)" 들이 일하는 - 그러나 여전히 "세상에 단 하나뿐인 (Still the one and only)" 스테이크하우스라고 적고 있으니 말입니다.

피터루거 웨이터들의 투박한 서비스는 다소 관례적인 것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포터하우스"라는 단어는 선술집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요. 1814년 경 뉴욕 로어맨해튼 지역의 'Porter House'라는 술집에서 커다란 티본 스테이크를 팔기 시작해 고유명사화되었다는 가설도 전해집니다. '포터하우스'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피터루거는 이러한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선술집에 가깝습니다.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처럼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피터루거의 웨이터는 소득도 상당히 높으며,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합니다. 스테이크가 식는 와중에 인증샷 찍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손님이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 고기에 관한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곤 합니다.

독일식 선술집 인테리어의 피터루거

피터루거에 가실 때는 현금을 준비하세요. 현금, 미국 직불카드(Debit Card), 피터루거 전용 신용카드 외의 다른 결제수단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제 후에는 영수증과 함께 금화 모양의 초콜릿을 테이블 위에 올려줍니다. 1949년에 세워진 뉴욕 퀸스의 초콜릿 회사 <Madelaine Chocolate Company>에서 주문생산한 피터루거 로고가 새겨진 코인 초콜릿입니다.


해외여행 스테이크 하우스 꿀팁

피터루거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스테이크하우스입니다. 이와 달리, 파인다이닝급 스테이크하우스는 드레스코드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서비스라든지 요리의 디스플레이도 달라집니다. 고급 스테이크하우스나 요즘 뜨는 트렌디한 뉴욕 스테이크하우스를 방문해보고 싶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사진•미식의 도시 뉴욕 저자 제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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