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의 놀라움은 언어 그 자체로도, 그 어떤 미디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랜드 캐니언을 한쪽 방향에서 보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겹겹이 싸인 커튼을 헤치듯 그 미로 사이를 몇 달이고 헤매야만 한다."
1869년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과 콜로라도강을 탐험한 존 웨슬리 파월이 남긴 기록이다. 그로부터 150여 년이 지난 시점, 방송인 자드 아붐라드는 '그랜드 캐니언을 경험한 것과 설명하는 것 사이에는 그랜드캐니언만한 협곡이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니, 제 아무리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본들, 그랜드캐니언을 제대로 담아낸다는 것은 영원히 인간 능력 밖의 일로 남을 것이다.
하늘에서 본 그랜드 캐니언
하늘로 날아오르면 눈앞에는 태고의 자연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선캄브리아대부터 겹겹이 쌓인 지층이 그대로 드러난 암벽, 햇빛의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변하는 짙은 녹색의, 혹은 에메랄드빛의 콜로라도강.
인생 최고의 비행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사우스림' 바깥의 마을인 투사얀의 작은 공항에서 시작된다.
침엽수로 촘촘하게 채워진 카이밥 국유림 사이로 구불구불한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가 보이고,
고원 지대에 그어진 직선 도로는 사우스림을 알리는 표시와 같다.
19세기의 파월 탐험대가 보지 못했을 광경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특권을 누리는 21세기의 나는 여전히, 'Speechless...!'
땅에서 본 그랜드 캐니언
절벽 가장자리에 서면,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심연으로부터 바람이 솟구친다.
협곡 가장자리 '림'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
협곡 위에서 자신을 지켜줄 장치란 없음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꾸만 무언가를 확인받고 싶어 하듯 낭떠러지로 다가간다.
그렇게 저마다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저녁 노을은 점점 짙게 물든다.
마지막 태양빛은 협곡의 뒤로 넘어가고.
별과 달 밝은 밤의 그랜드 캐니언
그리고 몇 시간 후 다시 같은 자리에서 희미한 빛에 의존해 셔터를 누르고 있다.
밤에는 사람의 눈보다 재빠른 렌즈가 협곡을 먼저 알아보았고,
달빛에 익숙해질 만큼의 시간이 흐르자 우리의 눈에도 반짝이는 별과 그랜드캐니언의 풍경이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