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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아래 Mar 01. 2022

역시 괴로울 때 뭐든 쓰게 되네

반성문 쓰는 삶

    처음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겼던 때에 내가 뭐든 쓰면 책 한 권 분량은 거뜬허지. 늘 바라던 책 내가 써 본다! 며 만든 계정은 글 하나 딸랑 올려두고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흘려버린 수년 후... 지난여름 다시금 브런치에 꼭지를 달고 글자리를 잡았던 것은 당시 더 이상 내려갈 데 없을 정도로 바닥을 치던 무기력과 우울 때문이었다.

자영업자가 된 지 십 수년이 지났지만 자영업자 마인드를 당최 갖추지 못하고 뜬 구름 같은 잡을 수 없는 이상을 꿈꾸기만 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자기만족이라는 것, 성취감, 그러한 긍정적 감정을 도통 느끼지를 못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나 괴로울 수밖에. 글도 말도 들지 않는 그저 공허함만이 가득한 순간,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며 반성문을 적어 내려 가며 조용히 천천히 바닥을 짚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후 9  계절이 바뀌고   가까이 가지 않았던 장충동 가게에 오랜만에 올라와 8  재계약을  장충동 가게는  년만  하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하고  이상 크게 일을 벌이지 않고 주어진 것만  처리하며 서서히 하던 일을 정리하고 싶다고 엄마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 우연히  임대 현수막 걸린 징충동 큰 길가의  가겟자리가 자꾸 눈에 밟혔다. 2019년에 장충동 뒷골목에 작업장 차릴 때에는 삼계탕집이었던 가게였는데 코로나 이후 삼계탕집이 없어지더니, 쵸큼 올드한 서타일의 인테리어 가게로 바뀌었던 자리였다. 1년도  채우고 임대 현수막을 달고 있던  가게를 보는 순간 소공동 숲커피플라워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 외관이 오버랩되며 눈을 감아도 생각이 나고  와중에 부동산에 문의해서 알아본 보증금 월세를 이렇게 저렇게 여차 저차 해서 하면 후뚜루마뚜루 과거 숲커피플라워를 복원해내는 느낌으로 가게를 꾸려갈  있을 것만 같아....


질.렀.다.

    

이후 10월 계약, 10월-11월 선예약된 제주 숲커피플라워 케이터링 행사를 치루고 2주 예상 3주가 넘게 걸린 공사기간을 거쳐 12월 7일 가오픈으로 장충동에서 장충동으로, 숲마마키친을 확장 이전하여 새로이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지난 7-8월 브런치에 반성문 꼭지를 열고 글자락을 적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꼭지를 열기 위해 발행하지 않고 저장해둔 글 순서들이 있는데.. 그 제목은 무려 "제주도에서 집 장만하기"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천천히 집이든 상가든 땅이든 마련하겠다는 장대한 꿈을 시작하는 시작과 끝을 기록하겠다며 그 우울의 바닥에서도 그나마 실밥 꼬다리만큼 남아있던 정신줄을 잡고 시작한 어마어마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인테리어 가겟자리를 보는 순간 계획과 실행 에너지를 일단 보증금과 인테리어 공사에 일단 기로 했가. 망해도 서울에서 망한다는 결의로 제주도에서의  마련 계획은 잠시 어두고 지금의 가게를 열게  것이다. 오픈하고나서 3개월 동안은 상황 파악하며 보낸 연말연시, 이사 오기  작업장에서 엄마가 소소하게 운영하시며 만들어두신 고마운 단골손님들이 줄줄 방문해주시면서 12-1, 방금 오픈한 가게로서는 꽤나 활기 넘치고 신나는 시작이었다. 집중해서 글을  내려갈 정신적 여유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권은 거뜬히  기세로 다시 시작한 브런치는 뒤안길로...)

    

    그러나 두둥... 계속해서 바뀌는 방역지침과 오미크론, 몰아치는 한파, 설날 연휴, 외식업 자영업자로서 경험상 가장 잔인한 2월.. 다시금 초조함과 조급증이 스멀스멀 찾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공동 운영자이지만 월급 사장인 엄마, 그리고 점심시간 알바에 지급할 급여와 공사비부터 아직도 초도 구매지출금액에 대한 카드대금을 내야 하는데 아이구 게다가 임대료.. 제주에서 행사 케이터링으로 들어오는 수입, 매장 매출 외 케이터링 매출이 있어 다행이지만 너무나도 아찔한 2월이다. 이렇게 당장 심장이 벌렁벌렁한 급 괴로운 심경이 되고 나니 어쩐지 브런치 꼭지가 생각이 나 이렇게 끠적끠적 글을 적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까이 예식 케이터링 행사 때만 잠깐 와서 일만 하고 가야 했던 제주집에 오게 되었다. 정리도 하고 방청소도 하고 나름 쾌적해진  공간을 간만에 만끽하며 ' 역시 나는  버는 일과는 1 관계없는 딴짓하기를 이렇게나 좋아하네'하며 매일 이렇게 여유롭고 한가했으면 하는 허드레 생각에나 빠져있다. 사람이 어찌 쉬지 않고 생산성만 추구하며   있을까... 싶지만 나는 쉬어도 100프로  줄도 모르는 걱정쟁이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걱정과는 다른 근본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백만 번도    같은 나를 다시 돌아보기를  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다시 돌아보는 방법이라면....

세상 똑똑하게  잘하는 유투버들이 성공하는 방법, 나를 다스리는 방법,  와중에 인문학 등등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하기 시작했고, 책장 정리해서 발굴한 읽다만,  읽었지만 새로운 격언과 경험들을 들추며 필사에 가까운 노트를 하기 시작한 . 지난달에는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보다 느린 2010년형  에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용기 내어 잘한 ) 이로 인해 엑셀과 프리젠테이션에서 키노트와 넘버스, 페이지로 갈아타고( 맥에서는 속도와 용량 때문에  수가 없었고,  맥에서 구매해서 사용하는 오피스툴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도 안녕. 프로크리에이터와 키노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툴을 바꾸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이 모두 연동되고나니 기록하는 방법이 (나로서는)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디지털을 아날로그처럼 쓰는 수준이지만 40 중반 구닥다리가  뇌를 이만큼 적응시킨 것도 아유  대견하다.

    

    그러나 참으로.... 지금이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 이러고 새 도구들이나 익히고, 나를 돌아보기라고 쓰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읽어 마땅할 일들로 희희낙락할 때인가!

사실 아직도 부족한 채울게 한두 가지가 아닌 서울 가게며, 고인물마냥 정체기에 들어선 제주 케이터링도 손보고 보완할 시점이며, 사실 새로이 제안받은 외주에 대한 기획서도 실행 가부 판단하여 진행해야 하잖아. (할 일 너무 많다)

매출수입은.... 물론 걱정이지만 진심 담아 준비하고 버티면 "된다". 손님은 돌아오고 새로운 손님들도 좋은 기운으로 들게 될 것이다. 사실 바램이지만, 바르시고 정감 넘치시는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모르시는 울 엄니 때문이라도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거야. 조급하지만 내려놓고 조금 더 여유롭게 하자고..라는 마음.

 나는 간혹 괴로워할 자격도 없을 만큼 진짜 죽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할  있냐고 문하는데 그때마다 자승자박  질문에  발목이 잡혀 자괴감에 빠져드는 일이 많다.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질문과 답들이다.

그러니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과거의 괴로움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적어도 지금은 제자리를 걷는 듯 뒤로 미끄러지고 있지만, 전 보다 성장했고 멘탈도 강해지고 있으니까. 어쩌다가 1주일의 휴가 아닌 휴가를 지내면서 (행사 때문에 제주에 왔는데 취소되었다.) 하필 그 무서운 2월의 끝을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으로 마무리하게 되었고, 몰아쳐 온 괴로움이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덕분에 지난 반년을 호다닥 돌아보게 되었고 모레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대면할 여러 일들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걱정하며 사실은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걱정을 덜어야지 어떻게든 될 거야. 잘 못 될 일은 없다. 있어봤자 내게 한정된 개인적인 문제들. 미래의 일은 미래에 걱정하자.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을 이제는 좀 넣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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