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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환 Jul 22. 2018

일간지에 인포그래픽을 허하라

경향신문과 함께한 평양랭면 프로젝트의 신나는 제작후기

작당의 서막, 일폭탄이 터질 줄도 모르고...

날이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하던 2018년 6월 27일이었다. 경교장 근처에 볼일이 있어 나가는 택시 안에서 불현듯 생각이 나서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의 이인숙 팀장에게 페북 메시지를 넣었다.  

사실 시작은 지난 4월이었다. 어느날 <경향신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본 적은 없으나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던 황경상이란 기자였다. 취재기자면서도 데이터에 밝고 개발에도 관여하는 인물이라고 한다리 건너 들었다. 그의 용건인 즉슨 자신이 근무하는 경향신문사 내부 사람들에게 인포그래픽과 종이신문에 관한 사내 특강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얼굴이라도 볼겸 흔쾌히 수락했고 특강은 5월 14일 저녁 경향신문사 사옥에서 진행되었다. 특강을 마친 후 아주 간단한(기대도 아니 했지만 오죽하면 간단하다고 쓸까) 뒤풀이가 있었다. 의례 그렇듯이 신문쟁이들이 모이니 종이신문의 역할, 미래 그리고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소비방식의 변화와 대책 등을 안주거리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한 달 정도 후 6월 14일, 이번에는 홈그라운드인 홍대앞에서 뉴콘텐츠팀과 재차 회동을 가졌다. 지난 뒤풀이의 미진한 회포를 풀고 뭔가 작당거리를 상의해 보자는 취지였다. 자리는 흥겨웠고 신문에 대한 열정과 의지들이 달아 오르며 술상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자고난 다음날 아침이 되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어제 그대로였다. 꿈이었나 나비었나?

데자뷰, 그랬었다. 항상 이랬다.  

그동안 여러 곳의 언론사와 언론진흥재단에서 신문과 인포그래픽 등에 대해서 특강을 했지만 항상 바뀌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2년 전에는 일간지 한 곳과 진지하게 도모를 했었다. 인포그래픽과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로 구성된 사내 강의를 4회 정도 하고 지면을 잡고 구체적인 시도를 했었으나 중도에 엎어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아쉬운 일이었다. 이렇게 제자리걸음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향신문>의 이 팀장에게 기별을 했던 것이다. "점심 약속 없으시면 잠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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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의 시작이었던 <곰마루> 식당, 일제후기의 양식이 특이하다

신문사와는 조금 떨어진 <곰마루>라는 식당에서 만났다. 자리에는 이인숙 팀장과 황경상 기자가 나와 있었다. 대낮에 김치전과 막걸리를 사이에 두고 천천히 운을 떼었다. "같이 실행을 해봅시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니 일단 저질러 봅시다." 그 자리에서 세 사람은 의기투합해 실행을 결정했고 곧바로 인포그래픽의 주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자리를 정동의 커피숍으로 옮겨 주제를 확정했다. 

"이 주제를 가지고 국장에게 보고하고 면하나를 배정받도록 설득하겠다." 이 팀장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주제는 과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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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멋지던 신문, 왜 재미가 없어졌을까? 그놈의 엄숙과 계몽

한때 지구 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포식자는 티라노 사우르스가 아니라 신문이었다. 신문에 광고를 실기 위해 대기업의 광고담당 직원이 돈을 싸들고 언론사 앞에서 줄을 섰다는 전설의 신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독자들은 이미지를 넘어서 영상정보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텍스트를 통한 전달방법은 식상해져 버렸다. 잘나가던 속보성도 이미 자리를 내주었다. 신문은 자꾸 배달음식의 깔개로 급속히 그 용도가 변경되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19세기적 사명감과 계몽의 역할에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 한 면을 털어 시도하는 모험의 주제로 무엇이 좋을까? 

언론사에서 뉴스의 주제 정하기는 정말 민감한 사안이다. 그것이 정치, 사회적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개인, 그룹, 회사의 방침과 맞느냐부터 다양한 걸림돌들이 여기저기서 치고 나온다. 

실상 논의한 사안 중에 인포그래픽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정말 좋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첫 시도는 엄숙한 주제보다 독자 전체가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정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합의했다. 

앞서 언급한 타 일간지와의 경우에서도 주제의 엄숙함 탓에 사내에서조차 호불호가 갈리는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했다. 

첫걸음은 반드시 성사가 될 수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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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걸그룹도 제맛대로 먹는 평양냉면

지난 4월 초 방북 예술단과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새롭게 주목을 받았던 '평양냉면'을 대상으로 논의를 하기 시작하자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평양냉면은 웬지 어른의 음식, 뭔가 격식과 방법을 갖추어 먹어야 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아 왔고 전문가들조차 각자 의견이 다른 특이하고 시건방진 음식이었다. 

평양냉면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에 정착한 실향민이 만들고 실향민 마지막 세대인 노년층의 향수를 달래는 음식으로사랑받다가 최근들어 새로운 트렌드로 젊은 층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그러자 지난세월의 지나친 격식과 설명에 대한 거부감도 나오기 시작했다. 맨스플레인(Man explain 합성어 : 지나치게 설명하며 훈계하고 아는 체 하는 남자들의 태도)에서 파생한 '면스플레인'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유행어까지 나오게 되었다. 

방북당시 걸그룹의 옥류관 식사 장면에서 "그저 면에만 식초를 조금 치시라요~ 그리고나서 국물에 양념장과 겨자를 넣어 섞어서 먹으면 별맛입네다"라는 옥류관 직원의 설명은 그동안의 면스플레인에 속아왔기라도 한듯이 면스플레인 하는 자들을 삼킬 듯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후 몇몇 전문가들이 "평양의 현재 형태가 예전 것과 다를 수 있다. 곡물 수급의 어려움 등을 통해 면의 재료 구성이 달라졌다" 등의 해명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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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만큼 남녀노소 즐거운 주제가 또 있을까? 더구나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정치, 사회적으로도 크게 문제 될 소지도 없어 보이고 회사의 이름을 걸만큼의 모험도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뉴콘텐츠 팀장, 개발이 가능한 기자, 인포그래픽 전문가가 작당을 하니 기획이 그야말로 술술 풀려 나갔다. 

의욕이 넘쳐 결국, 종이 신문 전면 인포그래픽과 온라인 인터렉티브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종이신문의 중요한 매력은 물성이다. 종이의 촉감과 색, 그리고 큰 판형이다. 이것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인포그래픽을 진행하기로 했다. 라면 냄비 또는 배달 중국음식의 깔개 노릇에서 벗어나 그 지면만큼은 벽에 붙여지게 하자. 집에서 사무실에서 붙여놓고 올여름 평랭정복기를 체크하는 것으로 쓰이게 하자. 온라인 인터렉티브에서는 지면에서 전달할 수 없는 정보와 방식으로 합을 이루자. 그렇게 실행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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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문가 우러 먹기? 이제 고마하자 마이 묵으따 아이가

콘셉트를 어른의 입맛, 전문가의 입맛, 다경험자의 조언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평양냉면을 바라보자'로 세웠다. 평양냉면의 맛을 기억과 추억이라는 정성적 정보를 넘어 정량적 데이터로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과연 전문가의 혀는 얼마나 정확할까? 초심자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무조건 이곳저곳에서 많은 그릇 수를 채워야만 하는가? 

정량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우선 냉면을 이루는 재료부터 구분해 보았다. 육수, 면, 꾸미와 고명 그리고 그릇. 그리고 나서 다시 육수를 들여다보았다. 수십년 경험의 결과물인 육수를 과연 정량적으로 해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요리는 과학이다. 오죽하면 분자요리까지 나왔겠는가. 

만드는 사람과 경험이 다른 다양한 육수의 공통적인 데이터는 무엇일까? 맛을 느끼는 미각은 오미라고 하는 쓴맛, 단맛, 짠맛, 신맛과 최근 감칠맛이 더해져 5가지로 구분된다. 식초와 겨자를 치기전의 육수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감칠맛과 함께 공통적인 것은 짠맛과 단맛이었다. 그렇다면 '단짠'을 막연하지 않게 구체적으로 염도계와 당도계를 들고가서 정확히 측정을 해보자. 가격대비 포만감을 체크하기 위해 면의 양을 무게로 재보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물론 맛이라는 것이 적절한 재료와 주방장의 경험이 어우러져 만들고 그것을 손님이 주관적으로 소비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정량적 데이터로 접근해 보여 주는 것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이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입맛에 대해 재고하게 해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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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국장 마음 바뀔라~ 번갯불에 콩을 볶아보자 

이 팀장은 의외로 순조롭게 전면을 얻어 냈고 일사천리로 게재 날짜까지 정해졌다. '7월 21일 토요판 2면'이었다. 이제 다른 변수가 끼어들기 전에 빠른 취재와 작업에 들어갈 때다.

<경향신문>에서는 트위터 언급, 가게 이름 언급 등과 블루리본의 평양냉면 리스트 등의 데이터를 참고로 해서 기자 7명이 평양냉면 전문점 35곳을 직접 방문 취재로 시식과 염도, 당도 측정을 했다. 그 사이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인터렉티브 기획과 구조 디자인을, 203인포그래픽연구소에서는 마인드맵을 발전시키고 '내러티브 다이어그램'을 진행했다. 203에서는 메인 그래픽을 담당자, 레이아웃 담당자, 마인드맵과 기획 담당자 등이 동시 작업을 진행했다. 제작기간이 촉박한 탓이기도 했고 사안의 중요성만큼 결과물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기도 했다. 일간지 상황상 내부인원만으로 진행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현재 일간지 인적 상황으로는 매일매일 발생하는 고정적 업무외에 이런 별도의 프로젝트를 하기에 손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경향측의 초기 기획서와 냉면 측정 양식 203에서 진행한 마인드맵 발전 단계
203에서 진행한 마인드맵 발전 단계로 주제의 위계, 분류 등을 정리하는데 쓰인다
평양냉면에 대해서 정말 많은 데이터를 조사했었다
간단한 스케치를 거쳐 내러티브 다이어그램을 작성한다

내러티브 다이어그램은 실제 레이아웃에 들어가기 전 단계로 203에서 프로세스 과정으로 사용한다. 실제 발행될 지면의 크기에 정보들을 앉혀서 인포그래픽의 량과 구조, 밀도, 레이아웃 등을 검토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19일 목요일 마감을 목표로 경향신문과 203 각자 맡은 역할에 전력 집중했다. 취재 결과 데이터와 냉면 사진 등을 구글 스프레드 시트와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하고 내러티브 다이어그램을 통해 지면에 들어갈 정보를 확정했다. 기자들이 어렵게 발품을 팔아 취재, 수집한 정보가 지면에 다 들어가지 못해서 얼마나 안타깝던지... 

내러티브 다이어그램을 통해 검토한 내용을  실제 레이아웃 하며 정보를 교체하거나 확정한다 / 실제 나온 종이지면(맨 우측)

몇 차례의 촌각을 다투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금요일 저녁, 마감을 간신히 앞두고 인쇄 송고가 이루어졌다.

끝까지 쉽게 넘어가지는 못했다. 제작상황에서 <경향신문>만의 독특한 편집 CTS 시스템과 신문용지와 윤전 인쇄의 색 재현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경향신문>의 윤여경 디자이너의 조언으로 적절하게 보완할 수 있었다. 온라인 UX의 기획과 디자인을 맡아서 진행한 경향 내부 스태프들도 짧은 제작 일정에 맞추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드디어 금요일 저녁 10시 30분에 초판 인쇄가 나왔다는 이 팀장의 메시지와 신문사진을 받았다.


신문 지면의 크기는 막상 작업해 보니 <스트리트H> 인포그래픽 포스터보다 많이 작았다

종이신문 한 면 전체씩이나? 인포그래픽으로 채워 버리자

신문의 전면도 막상 접해보니 그리 크지 않았다. 기존에 203이 매월 제작하는 <스트리트H>의 인포그래픽 포스터(500 X 700mm)보다 경향의 조판면 사이즈(352 X 500mm)는 많이 작았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점포 개수를 전통의 노포 16곳과 신흥강자 14곳, 30곳으로 압축했다. 냉면의 사진을 통해 고명, 꾸미, 면과 육수 색, 그릇까지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냉면의 역사정보와 남한의 냉면집 계보를 상단 배치했다. 그와 함께 옥류관 냉면의 실제 사진과 재료를 통해 현재 서울의 평양냉면과 비교하게 했다. 메인 그래픽은 메뉴에서 취향을 체크 표시하는 주문지처럼 구성해서 육수, 꾸미, 고명 그리고 전형적인 완성된 평양냉면 그래픽을 배치했다.

가장 하단에는 지면에 소개된 30개소 평양냉면의 염도, 당도 분포를 그래프로 처리했다. 염도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흔하게 접하는 체감 식품인 라면,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비교했다. 당도는 포카리스웨트와 콜라를 비교해 보여줬다. 생각보다 의외로 평양냉면 육수가 짜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슴슴해 보이는 평양냉면의 외형 탓에 짠 만을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냉면 그릇 외곽에 호(arc) 그래프로 염도를 다시 한 번 더 강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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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8.7.23 토요판 인포그래픽(신문 전면)
https://goo.gl/2XkhRA
지면 크게 보기
http://img.khan.co.kr/news/2018/07/21/khan_AbOXW2.jpg


내 맛대로 골라보는 평양냉면 인터렉티브

적은 지면에서는 미처 담지 못했던, 그리고  지면에 구현할 수 없었던 정보를 인터렉티브 기반으로 가공해서 본인의 입맛에 맞는 평양냉면집을 찾게끔 했다. 누구의 훈수도 없이 나오는 예시들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선택하다 보면 추천 냉면집이 나타난다. 초보자는 결과에 따라 그곳을 가보면 된다. 평랭고수들은 때로 자신의 단골집이 아닌 다른 곳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심하지 마시라. 그것은 어쩌면 머리로는 저염의 심심함을 선호하고 실제 생활 속에서 익숙해진 단골집은 단짠이어서 그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기존 단골집 리스트에 추가할 새로운 곳일지도 모르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최종 결과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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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렉티브로 찾아보는 나의 입맛 평랭전문점
http://news.khan.co.kr/kh_storytelling/2018/noodle/




자신이 선택한 최종 결과 냉면집의 냉면정보와 가게정보를 상세학 볼 수 있도록 해서 독자들의 활용성을 높이도록 배려했다

종이신문은 멸종이 아니라 진화하는 중

e북이 나왔을 때 당장이라도 책이 멸종이라도 할 듯 호들갑을 떨었던 전문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종이책을 들고 반성이라도 하고 있을까?

신문은 당연히 속보성으로는 온라인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온라인이 가지지 못하는 가치들을 종이신문은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형태와 물성을 가지고 있다. 노트북이나 웬만한 PC 화면으로는 담을 수 없는 크기와 만져지고 넘겨지고 접히는 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모니터가 아무리 싸게 공급된들 신문 사이즈의 인포그래픽을 365일 24시간 띄워놓을 수 있을까? 만약 정전이라도 된다면?

이번에 평양냉면 인포그래픽이 게재된 경향신문의 지면만큼은 배달음식의 깔개에서 벗어나 벽에 붙여지기 바란다. 독자들이 이번 모험적 시도에서 문자적 텍스트보다 시각적 텍스트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바란다. 일간지의 특성에 매몰되어 하루만 지나도 구문이 되어 폐지 수집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장식되고 기능하고 즐거움을 주는 진화된 신문이 되길 바란다.

인포그래픽만이 신문의 대안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엄숙과 계몽주의 전통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문은 현존하는 가장 큰 크기의 종이매체다. 아직도 진화할 여지가 많은 매체다. 스스로 울타리를 벗어나 광야로 다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제 비로소 첫걸음을 뗀 것이다. ◼︎


필자 소개 : 장성환(pigcky@gmail.com)

현재 203인포그래픽연구소 대표 | <리더스다이제스트>,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 창설, <주간동아>, <과학동아> 등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가 2003년 홍대앞에서 203 X 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후 2009년 홍대앞을 기록하는 동네잡지 <스트리트H>를 창간해서 현재 12년차에 이르고 있다. 2012년 인포그래픽 연구소를 설립하고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에서 현직 언론사 인포그래픽 담당자들과 인포그래픽 그룹 전시회를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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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0 말로피에 국제 인포그래픽 어워드 3년 연속 동상

2019~2020 싱가폴 아시안 미디어 어워드 인포그래픽 금상, 동상 수상

2020 레드닷 브랜드&커뮤니케이션부분 위너

2020 디자인대상 공로부문 대통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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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X 인포그래픽연구소 http://203x.co.kr/

홍대앞 동네잡지 <스트리트H> http://stree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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